2025.09.14 (일)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창룡문] 명예졸업장

 

명예(名譽)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

지난 10일 수원에서 ‘명예’에 걸맞는 행사가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최동호 수원시 인문학 위원장의 ‘수원중학교 명예 졸업장 수여식’이 바로 그것이다.

수원시 남창동 출신인 최 시인은 1960년 수원중학교에 입학, 이듬해 선친의 직장관계로 전학을 간다. 입학 후 54년. 수원중학교를 떠난 지 53년 만에 정말 ‘명예’로운 ‘명예졸업장’을 받은 것. 다시 돌아오기까지 53년. 고향을 떠나 4년여 세월을 돌아 다시 귀향하는 연어보다 무려 13배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시인에게는 귀한 졸업장이었을 게다. 명예졸업장을 받는 순간 파르르 떨린 시인의 눈에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직했던 모교에 대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시인은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돌면서 내면의 결을 쌓고 영혼의 깊이를 더해 대한민국 문단의 큰 별이 됐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강단을 떠날 때까지 시와 평론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뤘다. 그런 그에게도 가슴 한 모퉁이 황소바람이 지나갈 정도의 허허로움이 있었으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차마 졸업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모교에 대한 애닲음이다. 그런 까닭에 시인은 술청에서 가끔, 아주 가끔, 그윽한 눈빛으로 “꿈속에서도 고향, 수원을 잊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는 것이 후학들의 증언이다.

고향과 모교에 대한 사랑을 시인은 남창동 주민들을 위한 무료 시창작 교실로 풀어낸다. 오는 3월13일 제4기 개강을 앞두고 있는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 창작 교실’, 시인의 알토란 같은 ‘시심(詩心)의 정원’이다. 수강생 대부분이 60대를 훌쩍 넘긴 동네 어른들이다. 오랜 세월 가슴깊이 묻었던 시를 향한 그리움을 시인과 함께 풀어내며 줄탁의 인연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이날 시인의 늦은 중학교 졸업장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뒤풀이에는 입학 동기 여럿이 함께했다. 모두들 내 일처럼 즐거워했다. 돌리는 술잔에는 까까머리 중학생 마음이 오롯이 넘쳤다. 아내 김구슬 시인의 눈빛이 시종일관 함께했음은 물론이다.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