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묵직한 돌멩이를 밀어놓으면, 2명이 따라가며 열심히 바닥에 빗자루질을 하고, 돌덩이를 놓은 한명은 소리 지르며 지휘하는 모습, 소치올림픽 중계가 한창인 요즘 시청률이 급부상하고 있는 ‘컬링(Curling)'이라는 종목의 경기 내용이다.
우리에게 약간은 생소하기도한 이 경기는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빙판 위에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됐다. 그리고 17~18세기를 거치면서 캐나다를 중심으로 겨울 스포츠로 발전했다. 지금도 캐나다에서는 아이스하키와 함께 국기(國技)로 통한다. 북중미와 유럽에서는 그 인기가 대단하다. 2009년 ‘강릉세계 컬링 여자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때도 정작 국내 방송들은 녹화로 중계했으나 참가한 13개국 중 10개국이 자국의 전 경기를 생중계할 정도였다. 동계올림픽에서는 1998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제18회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게임은 42.1m 떨어진 지름 4.3m의 동그라미 중앙에 무게 19.96㎏ 직경 29.91㎝의 맷돌처럼 생긴 돌멩이를 어느 팀이 잘 붙이느냐가 승부다. 브룸이라는 빗자루 모양의 솔로 얼음을 닦아내 돌멩이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고, 좋은 자리에 놓인 상대방의 돌멩이를 쳐 밀어내는 등 얼핏 보면 우리네 구슬치기나 돌차기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단순해 보이지만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로 불릴 만큼 두뇌를 많이 써야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강인한 체력도 필수다. 선수 4명이 1인당 20회씩 투구해야 하고, 2시간30분가량 치러지는 경기 내내 3Km 이상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기가 국내에선 1994년에서야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되면서 본격적으로 치러졌고 각종 국제대회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적은 미미했다. 특히 여자대표선수들은 처음 참가한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9전 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우리나라의 여자컬링이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4강 기적을 이루더니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세계 컬링강국과 당당히 겨루어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연일 시청률도 11%대를 넘고 있다. 최선을 다하며 선전을 펼치고 있는 ‘빙판의 우생순’ 경기도청 여자 컬링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