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3년이나 된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성년이 훨씬 지났다. 그런데 출범 초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게 지방의원 자질론이다. 왜 그럴까? 지방의원이 하는 일은 조례를 제·개정하고, 예산을 심의·결정하며, 공무원과 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은 시민사회단체의 업무를 감시하는 게 주된 업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온 행태를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들 정도다. 지방의원 하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리와 막가파식 언행, 외유성 해외연수 등이 연상된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는 지방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에 깊이 각인돼 있다. 오죽하면 국민들 사이에 극단적인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여론에도 불구, 지방의원 정원 증원, 의원보좌관제 도입 등 국민들이 혀를 찰 소리들이 심심하면 터져 나온다. 이런 주장에 대해 국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그래봤자 근본적으로 달라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자당의 대통령 공약사항인 지방선거 무공천제 약속을 뒤집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후보가 난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검증(공천)받은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과연 어떤가?
최근에도 오산시에서 한심한 일이 일어났다. 본보 12일자 8면기사에 따르면 지역행사에 참가한 오산의 한 도의원이 “왜 축사를 안 시켰느냐”며 동장에게 폭언을 했단다. 지난 11일 오산시 대원동사무소에서 열린 척사대회에 참석한 모 도의원(오산)이 식전행사 중 본인에게 축사를 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동장을 따로 불러 욕설을 하고 행사장을 떠났다고 한다. 문제의 도의원은 오는 6·4지방선거에 오산시 시장출마를 위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마땅히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옳다.
지방의원은 벼슬이 아니다.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을 대신해 시정과 도정이 잘 운영되도록 감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주민의 대리인이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은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스스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러면 주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비난에 대해 억울해할 의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 스스로가 자초한 것임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