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에도 미인을 장미(薔薇)에 비유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나온다. 통일신라시대 신문왕은 어느 여름날 밤 삼국사기의 저자 설총(薛聰)에게 울적한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설총은 옛날 얘기 하듯 말을 꺼냈다. 화왕(花王)인 목단(牡丹)이 아첨하는 미인 장미(薔薇)와 충간(忠諫)하기 위하여 베옷에 가죽띠를 두르고 찾아온 백두옹(白頭翁: 할미꽃) 중 누구를 택할까 망설이는 것을 보고 백두옹이 화왕에게 간언(諫言)하였다는 내용이다. 백두옹은 간언에서 ‘두 명(장미와 할미꽃)이 왔는데, 어느 쪽을 취하고 어느 쪽을 버리시겠습니까?’라고 화왕에게 질문하자 화왕이 ‘장부(할미꽃)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어여쁜 여자(장미)는 얻기가 어려운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할까?’라고 대답했다는 게 얘기의 줄거리다. 물론 간신과 충신을 고르는 변별력을 빗댄 얘기지만 당시에도 장미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나 보다.
장미는 전설도 많다. 그중 붉은 장미에 관한 것도 있다. 중동에선 연꽃을 꽃 중의 왕이라 불렀는데 이 연꽃이 밤에는 잠만 자고 다른 꽃들을 지키지 않자 꽃들이 알라신에게 호소하였다. 그러자 알라신은 꽃 중의 지배자로 흰 장미를 만들었고 가시를 주어 무기로써 지키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꽃 세계에 나이팅게일이 들어와 흰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해 포옹하려다가 가시에 찔려 목숨을 잃게 된다. 그때 흘린 피가 흰 장미를 붉게 물들여서 붉은 장미가 되었다고 한다.
가시에 대한 신화도 있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올림퍼스 신들의 모임에 늦어 허둥대며 참석하다 넘어지는 바람에 귀중한 제주(祭酒)를 엎질렀다. 그러나 엎지른 술이 장미가 됐고, 에로스는 그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키스를 하려다가 꽃 속에 있던 벌에게 입술을 쏘였다. 아들이 입을 다치자 화가 난 모친인 아프로디테는 벌의 바늘을 빼어 장미의 줄기에 심어 가시가 되었다는 신화다. 사실 장미의 가시는 줄기의 표피세포가 변해서 끝이 날카로운 구조로 변한 것인데도 말이다.
경기도가 개발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Deep Purple)이 판매시작 2년 만에 100만 주가 넘게 팔리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작은 발상의 전환이 전설을 잠재우며(?) 화훼농가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