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좀 어리게 입었어요. 이 친구들보다 나이 들어 보일까 봐….”(김재중) JYJ의 김재중(28)이 사진 촬영에 나서며 너스레를 떨었다. 후배인 비스트의 용준형(25)과 블락비의 지코(22)는 “저희도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닌데…”라며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 셋이 나란히 선 모습은 영락없이 한 팀처럼 보였다. “보컬 하나에 래퍼 둘이니 팀을 해도 되겠어요. 재중, 용준형, 지호(지코의 본명)의 이니셜을 합하니 JYJ네요. 하하하.” 이들의 공통점은 ‘작곡하는 아이돌 가수’란 점. 그냥 멜로디만 흥얼거려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는 수준이 아니라 작사·작곡·편곡이 가능해 자신의 앨범을 손수 프로듀싱하고 다른 가수에게도 곡을 주는, 가요계에서 인정받는 ‘저작권돌’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김재중은 37곡, 용준형은 60곡, 지코는 46곡을 작사·작곡했다. 최근 서울 삼성동의 한 녹음실에서 합동 인터뷰를 한 이들은 친분이 꽤 두터웠다. 용준형은 지난해 김재중의 노래 ‘돈트 워크 어웨이’에 랩 피처링한 적이 있고 지코는 블락비 활동 전 용준형과 음원을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다. 음악을 만든다는 공통분모 덕인지 “함께 자리한 게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김재중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해…
이젠 노트북 하나로 곡 만들어”
용준형 “첫 작사 저작권료 10~20만원”
지코 “아이돌이라 색안경끼고 바라봐
역량 가려져 평가 절하 아쉬워…”
◇ “작곡 시작한 이유는…”
이들이 작곡에 관심을 둔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김재중은 JYJ 이전 동방신기 시절부터 곡을 썼다. 그는 과거 방송사 대기실에서 만날 때면 MP3에 담아둔 자작곡을 들려주곤 했다. 앨범에 수록한 첫 단독 자작곡은 2008년 동방신기 4집의 ‘사랑아 울지마’다.
“노래를 하다 보니 저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었어요. 처음엔 호기심 반, 재미 반이었죠. 가장 먼저 관심을 둔 건 편곡이었어요. 어떻게 편곡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되니까요.”(김재중)
용준형은 연습생 시절 반복되는 일상과 규칙적인 숙소 생활이 갑갑해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곡가) 신사동호랭이 형 작업실에 나가고 싶다”고 허락받고서 그리로 ‘출근’했다.
그는 “작곡가 형들이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데 마치 게임을 즐기는 것 같았다”며 “나도 해보고 싶다고 하자 형들이 가사부터 써보라고 했다. 가사를 쓰니 멜로디가 만들고 싶어졌고 트랙까지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코는 래퍼로 ‘하이 테크니션’이 되고 싶었다. 작곡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기획사에 마땅한 프로듀서가 없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미디 프로그램을 못 다뤘고 트랙도 남에게 받는 수준이었어요. 제 돈으로 학원에 다니며 로직(Logic)과 큐베이스(Cubase) 등의 작곡 프로그램을 배웠죠. 트랙을 만드는 작곡가들에게 원하는 음악 방향을 제시하려면 제가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러다 욕심이 생겨 블락비 1집의 ‘닐리리 맘보’부터 트랙까지 만들게 됐죠.”(지코)
댄스, 발라드, 팝, 힙합, 록 등 각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들은 자기만의 곡 작업 방식이 있다.
집에서 홀로 작업하는 김재중은 피아노나 노트북 하나만 있어도 마음먹고 앉아 곡을 만든다. 편곡 스타일부터 구상하고 멜로디를 만든 뒤 가사를 가장 마지막에 붙인다.
스케줄이 없으면 자신의 작업실로 향하는 용준형은 친구들과 잡담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곡을 쓰기 시작한다. 항상 곡 제목부터 정한다.
3개월 전 서초동에 작업실을 마련한 지코는 리듬과 루프(Loop·특정 악기의 코드가 반복되는 패턴)를 만들어 트랙을 완성한다. 이후 멜로디를 붙이고 마지막에 가사를 쓴다.
가사는 주로 경험이 기반이 된다. 용준형이 비스트 양요섭의 솔로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자작곡 ‘카페인’을 타이틀곡으로 밀었다고 하자 두 사람은 “혹시 가사에 (이별) 경험담을 담아 그런 것 아니냐”고 놀렸다.
◇ "첫 저작료는 몇십만 원…”
이들은 서로의 음악적인 강점을 후하게 평가했다.
“지코는 랩을 제대로 하는 친구이고 부러울 정도로 후크(Hook)의 아이디어가 뛰어나요.”(용준형)
“제 음악이 자극적인 반면 빈틈이 많은데 재중이 형은 편곡과 멜로디가 간결하면서도 기승전결이 뚜렷해 안정적이고 그게 가창으로 이어져요. 또 작곡만큼 중요한 게 작사인데 준형이 형의 가사는 머릿속에 다 그려지는 섬세함이 대단하죠.”(지코)
지코는 “블락비 데뷔 전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던 18살 때 처음 받은 저작권료가 15만 원이었다”며 “그것에 비하면 지금은 감사하게도 많이 늘었다”고 웃었다.
용준형은 “비스트 데뷔 앨범에 처음 작사를 했을 때 10만~20만 원 선이었다. 그때는 저작권료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때”라고 하자 김재중은 “난 그것보다 많았던 것 같은데…”라며 말을 흐렸다.
◇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
2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막바지 아이돌 가수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지코는 “아이돌, 아티스트란 단어가 원래 뜻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용어로 쓰이는 것 같다”며 “아이돌이라고 색안경을 끼거나 평가 절하되는 건 아쉽다. 가창력과 랩이 뛰어난 멤버들, 작곡을 시도하기 쉬운 환경이 돼 곡을 잘 만드는 친구들이 많은데 역량이 가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용준형도 거들었다.
“아이돌, 아티스트 어떤 이미지로 봐주든 고맙지만 정의하고 싶진 않아요. 음악을 잘한다고 알아봐 줄 때까지 열심히 할 뿐 대중에게 주입시킬 순 없으니까요.”(용준형)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맏형 김재중은 선배답게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기획사는 스타를 육성하려고 아이돌 가수를 데뷔시키고 우린 원한 일”이라며 “만약에 뮤지션이라 불리며 성공하고 싶었다면 이렇게 데뷔할 게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니 크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프로듀싱 역량을 갖췄으니 먼 미래에 양현석, 박진영처럼 후배를 육성하는 꿈도 꿀까.
용준형은 “회사를 이끄는 음반제작자보다 음악을 만들고 콘셉트를 잡는 프로듀서로서의 미래는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코는 “이하 동문”이라고, 김재중은 “나이가 더 들어봐야 알 것 같다”고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