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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소주도수(燒酒度數)

소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즐기는 술이다. 지난해 출고량은 1억1천370만9천 상자, 병수로는 34억1천127만병(360㎖ 기준). 성인 평균 88.4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니 ‘국민 주(酒)’, ‘서민의 술’로 불릴 만하다.

소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고려를 침략한 몽골에 의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소주는 쌀, 보리 등 곡물 발효주를 증류해 만들었다. 공정이 복잡하고 값이 비쌌지만 맛이 좋아 인기가 대단했다. 고려사엔 공민왕 때 경상도 원수 김진이 소주를 좋아하여 기생과 부하를 모아 소주도(燒酒徒)가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소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한데 그 후 조선 초기에는 왕실이나 사대부 등 주로 지배층이 많이 마셨다. 단종실록에는 문종이 죽은 뒤 단종이 상제노릇을 하느라고 허약해져서 대신들이 소주를 마시게 하여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국내에 알코올식 기계소주공장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19년 평양이다. 이곳에선 재래식의 누룩을 이용한 소주를 생산했고, 1952년부터는 값싼 당밀을 수입해 만들었다. 당시 소주의 도수는 40도를 넘었다. 진로가 1960년대까지 시중에 팔던 소주도 40도였다.

지금의 희석식 소주는 1965년 정부의 식량정책 일환으로 곡류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탄생했다. 고구마·당밀·타피오카 등을 원료로 만든 희석식 소주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 됐다. 그러면서 도수도 자연스레 낮아지기 시작했다. 30도로 낮아지면서 서민의 술로 자리 잡았더니 1973년에는 25도짜리가 나왔고 그 후 20여 년간 ‘소주=25도’라는 공식이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 뒤 1998년 23도짜리 소주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주류업계 도수 내리기 경쟁이 시작됐고 지금은 19도 정도가 보통이고, 지방에선 17도 이하도 생산된다. 최근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되리라는 전망이다. 어제(17일)부터 주류회사들이 1도 더 낮춘 제품들을 약속이나 한 듯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에 맞추고 원가를 절감하는 게 이유라곤 하나, 술을 더 팔기 위한 상술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해서 당분간 술꾼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할 것 같다. 곧 혀가 순치되겠지만.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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