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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칼럼]‘사람 책’을 빌려드립니다

 

‘종이 책 대신 신기한 ‘사람 책’을 빌려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 건 ‘휴먼 라이브러리’ 운동이 전 세계에 신선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휴먼 라이브러리, 사람 책 운동의 한 중심에는 최초로 아이디어를 낸 창립자 로니 애버겔이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편견을 없애고자 이 운동을 시작했다는 그가, 덴마크 사람인 그가 한국엘 왔다. 휴먼 라이브러리의 새로운 한국형 운동 발상지인 이곳 한국엘 말이다. 필자는 그의 초청 강연회엘 다녀왔다. 참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적 전파력에 충격적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발상도 그려하려니와 지금 그를 따르는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휴먼 라이브러리 움직임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휴먼 라이브러리 즉, ‘사람 책 운동’은 ‘표지만으로 책을 판단하지 마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다. 커버가 그 책의 전부나 실체는 아니라는 당연하면서도 잊혔던 그 슬로건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람 책 휴먼 라이브러리의 창립자인 로니는 말한다. “남을 이해하는 건 별 것 아닙니다. 오해는 무지에서 비롯되고 이해는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되죠.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폭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입니다.” 사회적 폭력을 줄여 보고 싶었던 그의 염원이 사람 책이라는 사회적 변화 운동으로 발현된 셈이다.

그렇다. 모든 것을 너무도 쉽사리 외적인 조건이나 밖으로 드러난 외양만으로 뚝딱 판단해 버리는 성급한 사회, 편견과 고정관념 그로 인한 폭력마저도 불사하는 우리 사회에 그의 말은 적지 않은 마음의 경적을 울리게 만든다. 사람 책 운동은 바로 이렇듯 무시무시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그 무서운 ‘편견 덩어리’를 없애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 이른바 노숙자, 장애우, 동성애자와 같은 성적 소수자, 외국인 이주자, 남다른 차림새의 사람들… 그들을 사람 책으로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실체를, 왜곡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게 됨으로써 우리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벗어 던져 보자는 그 운동의 정신에 동감한다.

초청강연에서 필자는 이 운동의 한국 파트너인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한국사회의 편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밝혀진 편견의 유형만 해도 무려 799개나 된단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유독 한국 사회가 남달리 갖고 있는 편견 덩어리들이 그리 많음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넓지도 않은 이 좁은 땅에서 영남사람, 호남사람, 충청도 사람 가르며 유독 지역색 편견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네들, 그 어이없는 고착화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뿐이던가? 직업과 학력의 편견은 또 어떠한가?

모든 것을 사람의 직업과 학력, 출신 배경과 지위와 재산 등으로 판가름해 버리는 편견의 늪이 엄연한 현실이리라. 다른 나라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혈액형’에 따른 편견조차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할수록 가히 충격적인 ‘편견 덩어리 코리아’의 아픔이 아닌가 싶다.

휴먼 라이브러리, 사람 책 운동은 그런 필자의 무거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 책과의 만남을 통해 소수자들의 당당한 인격과 커밍아웃, 그들에 대한 사회의 따뜻한 ‘인간적 맞이’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미 우리 사회 전역에서 그런 움직임들이 가시화 되고 있음을 희망으로 발견한다. 나부터 편견의 가식적이고 부끄러운 옷을 벗고 당당히, 진정성 있는 살 맛 나는 사람들의 사회 속으로 한 발 가까이 다가선 듯해서 반가움이 크다.

초청강연 행사에서 듣게 된 사례 발표들, 서울 숲 청소년 지기들의 당당하고 똑 소리 나는 사람 책 운동 이야기, 그들의 살아있는 ‘리빙 라이브러리’ 이야기, 서울 어느 지역 시민활동가가 전해 주던 ‘숨 쉬는 마을 도서관’ 이야기들 모두가 눈물겹도록 감동이었다.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의 내일은 좀 더 따뜻할 것 같다. 좀 더 밝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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