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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세계사 속 여인들의 이야기 ‘나는 꽃이 아니다’

 

이제 남녀평등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알게 모르게 여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사회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우스갯소리로 남자들이 여자들을 판단할 때 “예뻐?”가 첫 번째 기준이라 하지 않는가.

『나는 꽃이 아니다』를 출간한 수필가는 40대까지만 해도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둘째를 낳은 후 그에게 병마가 찾아왔고, 고질병으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했다. 30대를 그렇게 보내고 40이 될 무렵, 그의 삶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변했다. 늦은 글쓰기의 잔망, 혹은 전진을 위한 호기심은 그를 이곳저곳으로 이끌었다. 영국이나 스페인에서 인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를 여행하면서 대륙 간 문화이동에 따른 동서양의 경계, 그리고 역사에 눈뜨게 되었다.

20세기 초, 문학을 포함한 영화와 예술사에서는 여성에 관한 진보적인 담론이 확립되었지만, 전통적인 역사서에서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유아기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때문에 시몬느드 보부아르를 비롯한 현대 여성철학자들은 과거 전통주의 역사로부터 탈피하여 페미니즘적인 시각이 투영된 신역사주의를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 역사를 뒤흔든 27명 여인들의 항변을 담은 『나는 꽃이 아니다』는 남성의 시각에서 규정된 팜므파탈 혹은 악녀로서의 삶이 아니라 철저히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신역사주의 책이다.

저자 신금자 수필가는 “이 책은 한 시대를 풍미한 여인들의 삶에 ‘왜?’라는 의문부호를 던진 책”이라고 언급했다. 네 명의 황제를 거느리며 48년간 철권통치를 행하던 서태후를 단순 악녀로 규정할 수 있을까? 혹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고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가정에 소홀했던 소크라테스를 남편으로 둔 크산티페를 단순히 악처로 치부해 버릴 것인가? 잔 다르크는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도 왜 화형대에 올라야 했는가? 등 끊임없는 반문법을 통하여 남성 위주의 당시 정황을 뒤엎어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남자의 그늘아래 한결같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었던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을 들려주고 있다. 예컨대 클레오파트라,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은 위대한 여성 지도자들의 삶을 통해 그녀들의 리더십을 발견하고, 왕비의 위치에서 가혹한 운명에 맞서거나 혹은 화려한 드레스에 비극을 잉태했던 조세핀, 그레이스 켈리 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바토리 백작부인, 마타 하리 등의 삶을 추적하며 비극적인 역사 앞에서 그들을 다시 심판대에 세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특한 사랑을 갈구하며 주도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던 시몬느 드 보부아르, 오노 요코 등의 자유로운 여성상에서 독자는 일종의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저자의 주관적인 여성주의의 시각에만 머물고 있지 않다. 여인의 이름이 세상에 새겨지기까지에는 상대했던 남성들이나 당대 위인들이 존재하게 마련인데 나폴레옹, 후안 페론, 당태종, 콜럼버스, 모차르트, 로댕, 샤르트르 등의 인물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추천사에서 “이 책에 소개된 여성들의 지혜와 결단력, 협상력 등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세계의 정치·경제·문화를 이끄는 건 남자지만, 그 남자를 조종하는 건 여자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고 했다. 또 “이 책은 자유로운 여성을 위한 선언문이며 여성을 노예와 동격으로 보는 한심한 남자들이 쫄만한 책”이라 평했다.

이 책은 진정한 한 남자의 꽃이길 원했거나, 꽃이길 거부하며 시대를 앞섰거나, 치열한 현실에 맞서 남자들과 어깨를 겨누었던 여인들의 치명적 삶의 노래이다. 한마디로 남성지배사회 속에서 그 시대의 인습과 통념에 거침없이 맞섰던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엽서문학상, 한국농촌문학상, 아시아 시인·작가협회상, 아름다운 예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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