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철이다. 6·4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벌써부터 정치에 뜻을 둔 인사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모두들 자신이 꼭 당선돼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서로 견주기라도 하듯 많은 공약(公約)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저런 공약(空約)을 듣고 있노라면 헛웃음이 나온다.
표를 인식하고 사는 정치인은 물 한 방울 없는 하천이나 강이 없어도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공약을 서슴없이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수원의 많은 정치인들이 수원비행장 이전의 길이 열렸다면서 자신의 공(功)이라고 공적 추켜올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필자는 수도권 방어의 중추적 전투력인 10전투 수원비행장에 대해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을 제기하고자 한다.
과연 수원비행장을 이전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공장이라도 되면 중국으로라도 보내면 되겠지만 과연 어느 지자체며 어느 주민들이 “우리 지역으로 비행장을 유치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비전문가들은 시화호 근처를 거론하는데 큰일 날 일이다. 바로 인근에 세계 제1의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시화호 비행장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곧바로 인천공항 상공으로 떠오른다고 예상하면 된다. 즉,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소총사격을 하는 격이 될 것이다.
수원비행장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비행기엔진을 시동하는 부팅시간이 있기 때문에 멀어도 안 되고 너무 가까워도 안 되며, 수원비행장에서 이륙해야만 북한 전투기는 물론 DMZ 견제가 용이하다.
이 때문에 수원비행장에서 근무하는 조종사며 공군장병들의 실생활은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들은 10여km 떨어져 있는 북수원의 음식점을 가려고 해도 너무 멀기(?) 때문에 고작 멀어야 2~3km 떨어진 지척의 음식점만을 이용해야 하고, 이마저도 음식을 들면서 무전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연휴라고 해도 비행장 근처 아파트에서 부대를 오가거나 골프장 흉내만 낸 체력단련장만을 뱅뱅 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공군장교들이 허구한 날 골프만 친다고 비아냥거린다. 당연히 이들에게는 명절이며 성묘나 세배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 같은 군인들이 있기에 우리 국민 모두가 마음 놓고 단잠을 이루는 것이다.
수원비행장 주변 주민들이 전투기 소음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국방안보에 관한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방어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수원비행장 이전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본격 선거철을 맞아 정치인들도 수원비행장 이전을 놓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기에 앞서 비행장시설 지하화나 실제적인 주민들의 비행기 소음저하대책 등 참다운 공약을 제시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