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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참꼬막의 계절

지난 밤 남도(南道)의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내용인즉, 동네 친구들과 참꼬막을 곁들인 술추렴을 하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연락했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정을 빙자한 자랑질(?)’이다. 그러나 이미 입에는 침이 한가득 고였다. 참꼬막이 무엇인가. 예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던 먹거리 아닌가. 게다가 조상의 제사상에도 올라 ‘제사꼬막’이라 불렸으니 ‘귀신도 군침을 흘렸’던 전설의 그것이다.

꼬막이 기록에 등장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魚譜)인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다. 이 책은 김려가 1801년(순조1) 신유사옥에 연루돼 진해에 유배됐을 때 지은 것으로 1803년 세상에 나왔다. 우해는 진해의 별칭이다. 이 책에는 10종의 패류(貝類)가 등장하는데 꼬막은 ‘골의 모양새가 기왓골을 닮았기 때문에 와농자(瓦壟子)다’라고 적혀 있다.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꼬막의 최고봉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산(産)이다. 그 까닭은 벌교 앞바다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가 감싸는 벌교 앞바다, 여자만(汝自灣)의 갯벌은 모래가 섞이지 않고 오염되지 않아 꼬막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벌교 사람들이 꼬막을 먹고 힘이 세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고는 하나, 믿거나 말거나다. 그러나 철을 함유한 헤모글로빈이 가득하니 건강에 좋다는 건 충분한 근거를 지닌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과 새꼬막, 피조개로 나뉜다. 꼬막 중 진짜 꼬막이란 의미에서 ‘참’자가 붙은 참꼬막은 표면에 털이 없고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어린 시절 그 맛에 길들인 사람들에게는 ‘치유 먹거리(healing food)’로 불리기도 한다.

새꼬막은 맛이 떨어져 순위에서 밀리며 가장 상품으로 꼽히는 피조개는 98%가 일본으로 수출된다.

그런데 그 친구의 마지막 문자가 뇌리에 박혔다.

“참꼬막을 삶을 때 말씨, 썩은 꼬막을 잘 조사뿌러야 하는겨. 하나라도 있으면 다 버링께.”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겉은 같지만 속은 썩은 종자들을 잘 솎아내야 하는 엄중한 시기이다. 그래야 모두 썩지 않는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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