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비교할 순 없지만 개들도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애완견에서부터 투견 탐지견 사냥견 구조견 썰매견 경찰견 야생견 군견 안내견도 있다. 이중 아마도 보람으로 친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이 가장 돋보인다. 청각장애인의 귀 역할을 하는 도우미견이나 환자의 정서 안정을 도와 회복을 앞당기는 치유견 등 저마다 역할이 다양하지만, 대부분 반려의 구실을 하는 반면 안내견은 거기에 더해 주인을 사전에 위험으로부터 방어하고 보호하는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역할이 이러한 데도 때론 주인의 명령을 따르지 말아야 하는 자율훈련까지 받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인이 가자는데 앞에 위험상황이 있을 경우 스스로 판단하여 명령에 불복해야 하기 때문이라니 놀랄 뿐이다. 뉴욕의 9ㆍ11테러 당시 무역센터 78층에 있던 시각장애인을 억지로 끌어 지상까지 데려온 안내견의 활약이 알려진 게 대표적 예다.
문헌에 따르면 이런 안내견을 처음 훈련시킨 사람은 1819년 오스트리아 빈의 요한 클라인 신부라고 한다. 그 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적십자사와 셰퍼드협회가 손잡고 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1923년에는 독일 포츠담에 국립학교도 세워졌다. 6년 뒤에는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도 안내견 학교가 설립됐다. 스위스에서 독일의 안내견 학교를 연구한 ‘도로시 유스티스 부인’이 세운 것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이러한 안내견의 체계적인 훈련을 1948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1993년에야 시작했다. 그것도 개인 기업에 의해서다.
미국은 현재 이런 안내견이 1만여 마리, 일본엔 1천 마리 정도가 활약 중인 데 반해 우리는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이 50여 마리밖에 없다. 선진국에 비하면 상징적 숫자에 지나지 않지만, 그나마 운 좋게 사용자로 뽑힌 시각장애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과 안전 그 자체다.
엊그제 숙명여대에서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명예의 졸업장을 받았다. ‘루시’라는 이 안내견은 선천적인 시각장애인 윤서향(23)씨를 도와 졸업과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토록 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한다. 견공(犬公)보다 못한 사람이 많은 세상에 흐뭇함이 가슴을 적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