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게 무슨 벼슬인줄 아나?’ ‘요즘 노인들은 너무 자기만 알고 안하무인이야.’ 이곳저곳에서 자주 듣는 얘기다. 물론 전철에서는 이런 노인들이 가끔 발견된다. 임산부에게까지 자리를 비켜달라며 욕설을 퍼붓거나, 극단적인 정치 이야기로 목소리를 높여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노인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식이나 며느리, 자신보다 부유한 노인들에게 기가 죽어 산다. 노후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자식을 먹여 살리고 교육시키느라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노인들의 현주소는 이렇다. ▲질병 증가로 인한 의료비 16.4조원 ▲빈곤율 45.1%로 OECD 최고 ▲국민연금 급여 수준 22만 9천원 ▲존경심 세계 최하위 ▲행복지수 OECD 34개국 중 32위…. 특히 빈곤으로 고통 받는 노인은 45.1%나 됐는데 이는 OECD 국가 평균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기초생활보장수급 비율은 2012년 6.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현실은 이처럼 부끄럽고 우울하다. 경기개발연구원 김희연 센터장은 한국노인의 현주소를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로 분류했다.
병들고 가난하고 외롭고 할 일이 없는 이 사중고(四重苦)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노인들에게 해당된다. 김 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100세 시대에 걸맞은 노인복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노인빈곤의 주요인은 최저생활 보장에는 턱없이 부족한 국민연금 수령액이라고 본다. 노후를 지탱해줄 가장 안정적인 소득원이어야 할 국민연금 수급률이 31.2%밖에 안 된다. 게다가 수령액도 22만9천원에 불과하다. 이에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지만, 이 둘을 합치더라도 겨우 31만5천696원밖에 안 된다. 2012년도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의 57.1%다.
노인성 질환도 문제다. 질병 증가로 인한 노인 개인의 가계파탄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무연사(無緣死)는 2012년 810명으로 지난 3년간 25.2% 증가했으며 2015년엔 7천861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센터장은 해결책으로 노인연령 70세로 조정, 정년 은퇴시기 연장, 기초노령연금 상향조정 등 노인 기본생활 보장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그의 많은 조언 가운데 ‘효’ 문화의 전통을 되살리자는 주장은 쉽지 않지만 가장 확실한 노인 대책이다. 물론 존경 받을 수 있는 노인이 될 수 있도록 노인교육도 하루빨리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