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가족동반 자살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명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갖는다. 본능이다. 살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운동하고 세끼 밥을 챙겨 먹는다. 부모가 되면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궂은 일, 힘든 일도 마다 않고 해낸다. 모성과 부성은 위대하다. 그런데 요즘 그런 부모들이 자식과 동반자살 했다는 끔찍한 뉴스가 연이어 들려온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 얼마나 살기가 막막했으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지난달 26일 생활고를 비관,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와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란 메모를 남긴 채 방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구의 세 모녀. 정작 죄송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동반 자살을 해야 할 만큼 힘든 세월을 눈치 채지 못했거나 알고 있어도 무심했던 우리들이다. 물론 국가와 지자체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은 몸이 아픈 상태로 수입이 끊겼지만, 국가나 자치단체, 이웃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사회안전망의 외곽,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또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도 3일 오전 아버지와 딸,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둘째 딸 교육 문제로 자주 다투다가 지난 1월부터 부인과 별거해 온 남성은 가구공장 등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세 아이를 혼자 키워왔다. 2일 동두천시에서도 30대 주부가 4살배기 아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이렇게 살아서 미안하다. 죽는 것도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주부는 남편이 데려온 딸과 함께 셋이서 방 1칸짜리 15㎡ 남짓한 원룸에 어렵게 살았다.
2012년에만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33.3명이 자살했다. 무려 1만4천160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쟁터나 다름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우울증을 비롯한 질병 등이 가장 많을 것이다. 특히 최근엔 혼자 떠나기보다는 자식이나 부부 등 가족이 함께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하는 일이 잦다. 안타깝다. 모두 복지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우선 사회복지 공무원을 증원해야 한다. 또 소외계층을 위한 안전망을 확실히 구축해 ‘사회적 타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