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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봄날, 그대에게

봄은 여자의 치맛자락에서 온다는데.

그대의 봄은 어디서 오는지요.

내일은 개구리가 뛰어오르는 경칩이라는데, 우리는 어디로 뛰어 올라야 하는지 지천명의 나이에도 암담합니다. 그대가 태어난 곡부(曲阜)에도 여전히 봄은 오겠지요. 그대의 의지가 반영된 이 나라는 여전히 유자(儒者)의 나라입니다. 자신의 종교가 무엇인지를 떠나 죽으면 누구나 유인(儒人)으로 거억되니까 말입니다. 살아 잡생(雜生) 죽어 유인(儒人)인 셈이지요. 생잡사유(生雜死儒)겠습니다.

언론에 칼럼 따위를 쓸 주제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얼마나 뱉어낼 말이 많습니까, 방송은 더할 나위가 없지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저는 어쩌면, 제가 아끼는 후배의 말처럼 ‘사회 부적응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백컨대, 오늘 하루 무엇으로 창룡문을 메워야할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이 봇물 같은 세상에. 세월은 봄으로 가는데 발목은 얼음에 묻혀 있네요. 봄을 노래한 글귀 하나 적어봅니다. 당대 최고의 시인인 백석(白石)보다 따뜻한 글귀입니다.

“동창이 밝았느냐/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남구남 1629~1711)”

이 여유로움이 사라진 봄이 지천입니다. 모든 조직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조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며 정치인들은 거짓 웃음을 띠며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아녀자들은 자식들의 개학과 함께 얻은 방학으로 해방감을 맛볼 것이며 시인은 거리를 방황할 것입니다.

‘소치는 아이’의 게으름도 이미 우리에겐 먼 나라 이야기가 됐고 삶의 여유로움도 남의 것이 된 지 오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네 봄은 꽃보다, 향기보다, 미세먼지가 먼저 주둔하고 있습니다.

동창과 서창이 구분이 없고 소는 언제 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칩을 앞두고 머리는 온통 흰색입니다. 아마 튀어오르는 개구리의 머리도 그랬으리라 위안합니다. 봄날 머리속이 흰색인 까닭은 다가올 계절을 자신의 의지로 그리라는 뜻이겠지요. 삶을 채색하라는 신(神)의 배려이기고 하겠습니다. 잘 새기겠습니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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