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촉나라 왕은 욕심이 많았다. 금은보화와 미인들을 취하는 일에 촉수가 밝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백성들은 굶어죽어도 나만 부자면 돼 정신’으로 무장한 군주로 불렸다. 그러나 겉으로는 호방했다고 하니, 인간 겉과 속이 다르기는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촉왕의 재물을 넘보는 나라들이 많았다. 특히 진(秦)나라 혜왕(惠王)은 호시탐탐 촉을 도모했으나 (촉왕은)복도 많지 촉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로 유명해 쉽게 출병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혜왕은 눈밝은 신하의 충고를 받아들여 무력(武力) 대신 지략(智略)으로 촉을 정벌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욕심 많은 촉왕의 성정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집채만한 옥괴(玉塊)로 황소를 조각하고 속을 파서 돈과 비단을 잔뜩 넣고 촉왕한테 선사할 예물이라고 선전했다. 소문은 바람을 타고 촉왕의 귀에 들어갔고 보물에 눈이 먼 촉왕은 혹, 했다.
“지난번에는 전쟁을 하겠다고 설치더니 이제야 짐을 제대로 알아보는군.” 흐뭇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충신들의 간언은 이미 마이동풍.
때마침 도착한 진(秦)의 사신은 “촉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 택배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라고 아뢴다. 마음이 조급한 촉왕은 “걱정말라. 도시계획에도 없던 고속도로를 빵빵 뚫어줄 테니 어서 가져오라”고 재촉하시겠다.
혜왕(惠王)은 쾌재를 불렀다.
중무장한 정예부대 수만명의 호위를 받으며 옥우(玉牛)와 예물은 촉을 향한다. 물론 군대는 약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구실이 붙었다. 촉의 국경 파수병들이 사절단이 아니라 침략병이라는 급보를 띄웠지만 무용지물. 우매한 촉왕, 일축하신다.
결국, 무혈입성한 진(秦)의 군대는 촉왕의 욕심을 타고 한방에 촉을 날려버렸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불러온 비극이다.
정치의 계절, 사람이나 조직이나 이를 경계할 일이다.
여언(女言)과 충언(忠言)을 잘 새기는 이에게는 복(福)이 있나니, 그 뜻을 이룰 것이며 욕심을 좇아 스스로 눈과 귀를 막은 자, 그 화(禍)가 후대에 미치리라.
북제(北齊) 유주(劉晝)의 ‘신론(新論)’에 나오는 이야기다.
/최정용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