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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크림반도엔 ‘흑해(黑海)의 보석’으로 불리는 휴양도시 얄타가 있다. 1945년 이곳에서 연합국 정상들은 한반도의 미·소 신탁통치 안을 논의해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크림반도에는 이런 관광명소 말고도 역사적 흔적들이 많다. 특히 지정학적 가치가 커 예부터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전쟁도 자주 치렀다. 대표적인 게 1854년부터 2년여동안 러시아제국과 영국, 프랑스, 오스만제국 등이 연합하여 싸운 크림전쟁이다. 이때 가장 격전지였던 곳이 현재 러시아 흑해 함대가 정박 중인 ‘세바스토폴’ 항구였는데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영국의 간호사 ‘나이팅게일’은 당시 이곳에서 초인적인 활약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768년부터 1774년까지는 러시아와 터키 간 전쟁도 이곳에서 벌어져 러시아가 흑해에서 함대건설권 및 상선의 자유통행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포템킨 빌리지’라는 정치용어도 생겨났다. 전쟁에서 이긴 러시아 여제(女帝) 예카테리나 2세는 어느 날 배를 타고 드네프르 강을 따라 새로 합병한 크림반도 시찰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자 그 지역을 총괄하던 여제의 애인 그레고리 포템킨 주지사는 빈곤하고 누추한 마을 모습을 감추기 위해 강변에 영화 세트 같은 가짜 마을을 급조했다. 그리곤 주민들에게 풍요에 겨운 연기를 시켰고 여제의 배가 지나가면 세트를 해체해 다음 시찰 지역에 또 다른 세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포템킨 빌리지’라는 것이다. 이 말은 지금도 실제의 추한 모습과 딴판인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 현실 호도하는 의미로 국제사회에서 많이 쓰인다.

강원도 크기의 인구 250만여명인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땅이긴 하지만 러시아계가 58.5%로 절반을 넘는다. 해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때문에 최근 러시아가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군대를 투입해 21세기판 크림전쟁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런 크림자치공화국이 어제 러시아 귀속 찬반 여부 주민투표를 실시해 95.5%의 찬성으로 귀속을 결정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간 새로운 뇌관이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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