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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컨테이젼’이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전염병이라는 의미의 ‘컨테이젼(Contagion)’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간 바이러스를 다룬 영화다. 당시 지구촌은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조류독감(Avian Influenza·AI), 신종플루(H1N1) 등의 전염병을 겪은 지 몇 년 안 된 탓에 현실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흥행에도 성공했다.

영화는 단 한명의 미국 시민이 원인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그와 접촉하는 사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전염이 되면서 불과 120일 만에 10억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군상들의 처절함을 다뤘다.

영화 속엔 치료백신은 개발되지 않고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으로 사람들이 계속 죽어가자 ‘정부가 특정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트려 돈을 버는 장면도 나온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진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불안을 더욱 조장하고, 그 불안에 기생하여 이익을 편취하는 내용이다. 공포에 이성이 잠식당하는 사람들과 공포 바이러스를 확산시켜 돈을 버는 자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명 ‘불안마케팅’으로 무분별하게 갑상선암 과다진단과 수술을 해온 주요 대형 병원의 행태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다. 뜻 있는 의사들의 자아비판이 늘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그동안 병원 측의 꼬임에 빠져 불필요한 수술을 받고 평생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늠하면 답답함 그 자체다.

갑상선을 제거하면 신진대사와 체온조절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 사라져 적절한 호르몬 분비를 위해 매일 호르몬제를 먹어야 한다. 한동안 힘든 운동을 피해야 하는 등 생활에 제약도 많다.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성대마비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호르몬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정상인을 환자로 만든 병원의 음모론으로 인해 2012년만 해도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환자수가 4만여명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굳이 발견할 필요가 없는 갑상선의 암세포를 찾으려고 증상도 없는 사람에게 검사와 수술을 권하는 의료행위’ 돈과 바꾸는 의사의 양심이 부끄럽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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