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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은 1907년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상설, 이위종, 이준 3인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했다. 이준 열사는 황제의 친서와 신임장을 품에 넣고, 4월22일 비밀리에 서울을 출발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과, 상 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과 합류한 뒤 64일 만인 6월25일에 헤이그에 도착했다.

세 사람의 밀사는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이었다. 수석대표인 이상설은 성균관 교수였고, 이위종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유일한 조선인이었으며, 이준은 우리나라 최초 검사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냉정함은 이들의 활동을 순순히 허락지 않았다. 일제의 방해로 6월29일 열린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회의장 밖에서 일제의 침략행위와 을사조약의 무효를 선언하는 공고사(控告詞)를 작성, 각국 대표에게 보내고 신문을 통하여 국제사회에 공표했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한 통분을 누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7월14일 이준 열사가 숙소인 바겐슈트라트 124번지 드 융 호텔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 현지 의사가 쓴 사망진단서에 사인(死因)은 적혀 있지 않았다. 때문에 황성신문은 ‘할복자살’을, 일제는 ‘병사(病死)’를 각각 주장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준 열사가 세계를 향해 조국을 도와 달라는 말을 남기고 호텔에서 분사(憤死)했다는 것이다. 이준 열사가 자결한 드 융 호텔은 현재 ‘이준열사 기념관’으로 바뀌어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있다.

핵 안보 정상회의 참석차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했다. 그리고 전 의장국으로서 개막연설도 했다. 107년 전 밀사들이 목숨을 걸고 들어가려던 국제회의에서 대한민국 국가원수가 대표 연설을 한 것이다. 군축을 논의하던 당시의 회의와 핵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가 주된 의제인 이번 회의의 성격이 비슷해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내일(25일)은 조선의 엘리트 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곳에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최근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있어서 망언을 일삼은 일본 수장과의 만남에서 과연 박 대통령은 어떤 외교적 성과를 이루어낼지 궁금하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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