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 공도읍에 가면 독일이 우리나라에 낙농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만든 목장이 있다. 1969년 조성된 이 목장은 현재 이름도 바뀌고 형태도 도시인들이 직접 축산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 파크형 놀이 목장으로 변했지만, 2000년대 초까지 한우와 유기농 축산 등 고부가가치 축산 기술을 가르치는 한국 낙농의 효시며 산실이었다. 특히 태동부터 한국 낙농의 출발점으로 기록되면서 축산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고, 다양한 가축사육의 기술을 전파했다.
한독(韓獨) 목장으로 불렸던 이곳이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방문을 계기로 최근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50년 전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일방문을 계기로 만들어졌다고 해서다.
축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고 굶주림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던 1960년대 박 전 대통령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선진국처럼 충분한 우유를 먹이고 싶다는 희망을 주위에 자주 피력했다고 한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이 1964년 서독을 방문했고, 당시 서독 뤼브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낙농발전을 선도할 시범목장 건립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바람은 독일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서독정부는 건물과 기계장비, 젖소 200여 마리를 지원했고 곧이어 한독 목장이 탄생했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뤼브케 대통령에게 했다는 “우리 국민도 우유 한번 마음껏 마셨으면 좋겠다”고 한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공사 중이던 목장을 4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준공 두달 전인 1969년 여름에는 당시 17세 소녀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데리고 고 육영수 여사와 함께 목장을 찾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방문 때마다 우사(牛舍)에 들러 젖소의 상태를 점검하는가 하면 새끼 젖소들의 재롱(?)에 마냥 즐거워했으며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마시고 돌아가기도 했다. 축산부흥의 꿈이 남달랐던 박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11일 있은 준공식에도 물론 참석했다. 지금은 농협이 관리하는 ‘팜랜드’로 바뀌었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최근 수도권 ‘명소 초원’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진정성’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