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글자 그대로 ‘가장 잘 팔리는 책’을 말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이런 베스트셀러 선정에 있어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매체 중 하나다. 1947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책의 목록을 매주 신문에 게재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은 1895년 미국 문학저널 ‘북맨’ 잡지가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의 목록을 게재하면서 생겨났다. 북맨은 현재 ‘퍼블리셔스 위클리’라는 서평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베스트셀러를 선정, 발표하는 대표적 잡지로서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10월 출판사 설립 자유화 조치 이후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주로 대형서점들이 주축이 돼 순위매기기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엔 인터넷 서점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은 일반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구매 욕구도 자극한다. 특히 상위권에 오르기만 하면 이 목록을 보고 호기심에 끌려 책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이른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곧바로 판매와 연결되고 숫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를 만들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책의 제본 방식과 표지 디자인을 색다르게 고안하는가 하면 모든 매체를 통해 책을 광고하는 등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으면 급기야 책 사재기라는 편법을 사용한다. 자신들이 출판한 책을 다시 사들여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는 것이다.
한국 출판계는 1990년대부터 2~3년 주기로 이 같은 병폐가 불거지고 있다. 2년 전엔 황석영, 김연수 등 중진 소설가의 책까지 이런 논란에 휩싸여 절판되는 소동까지 빚었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독자들의 불신임이 커지자 지난해 10월 출판계 스스로 ‘건전한 출판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자율 협약’을 맺기까지 했다. 이런 출판계가 최근 또다시 사재기 문제로 시끄럽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쓴 호아킴 데 포사다의 자기계발서 ‘99℃’가 사재기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출판계의 고질병, 언제쯤 고쳐질까 씁쓸하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