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계적 의류회사인 ‘베네통’사는 미국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키스하는 합성사진을 내걸었다. 베네통사는 이 사진 외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아흐메드 엘타옙어 메르켈 독일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미묘한 문제로 대립해온 세계적 지도자 두 사람이 키스하는 합성사진도 게재해 톡톡히 광고효과를 봤다.
베네통은 1992년 신부와 수녀의 키스를 담은 광고를 내놓아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었다. 당시 베네통의 도발적 광고는 각국의 항의로 세계적 파문을 일으키고 바로 내려졌지만 전형적 노이즈마케팅이었다는 명성(?)을 얻었다.
같은 해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씨는 또 다른 내용의 노이즈마케팅으로 자신의 자전에세이집을 5만부 이상 판매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호텔에서 가진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전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유명인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성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었다는 내용을 책속에 적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세인들은 이를 두고 노이즈마케팅 앞에 ‘탁월한’을 붙여주기도 했다.
고의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 소비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기법인 노이즈마케팅은 이처럼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단기간에 최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경우에 많이 쓰인다. 그중 정치인과 연예계는 최첨단(?)을 걷는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튀는 발언이나 돌출 행동을 하거나 선정적인 과잉 노출로 논란을 빚는 식이다.
연예기획사들은 뭔가 ‘있는’ 것처럼 띄워 화젯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연예계도 본인 부음만 아니면 무조건 언론에 나는 게 좋다는 정치인들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없는 사실까지 왜곡 발표하는가 하면 욕도 서슴지 않고 구사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계절이라 그런지 요즘 출마예상자들 사이에 이 같은 노이즈마케팅 붐이 서서히 일고 있다. 강한 상대에게 가당치도 않은 정치적 제안을 한다든지, 본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등 혼탁의 조짐마저 보인다. 후보들의 얄팍한 노이즈마케팅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유권자로서 정신을 차리는 수밖에 없을 듯싶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