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주변의 흔한 재료를 미술작품 속에 투영시켜 전환시킴으로써 평범한 일상을 미술의 영역이나 사회체계 속으로 끌어들이고, 관객과의 끊임없는 미적 소통을 시도하는 고산금, 권재홍, 권종환, 김다영, 김범준, 서동억, 성연주, 유영운, 이동재, 홍상식 등 10명의 작가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고산금 작가는 텍스트를 가지고 작가의 시선으로 기표(음성이나 문자)와 기의(개념이나 의미)를 제거, 자신만의 언어로 추상화된 패턴을 입체적인 화면방식으로 선보여 왔다.
이번 작품은 조선일보 5월 22일자 신문의 활자화된 기표들을 제거하고 그가 체득해 낸 기사의 핵심 기의였을 ‘나무’를 ‘나무모형’으로 직접 표현했다.
권재홍 작가는 어릴 적 순수한 꿈을 담고 있지만, 우리들이 생각하는 강하고 멋진 장난감이 아닌 소위 ‘나쁜 장난감’을 만들어 냄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표현하며, 권종환 작가의 솜으로 재현된 일상의 물체들은 담거나 쉽게 지탱하지 못하면서 물체의 기능을 상실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물체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김다영 작가는 커다란 백열전구 안에 캐릭터인형과 세트 등을 넣어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전구의 빛이 안에서 밖으로 파장하는 성격을 역으로 전환시켜 바깥 세상의 스토리를 전구 안으로 끌어들여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한다.
김범준의 작업은 어린 시절 상상의 세계를 주름잡던 동화속의 영웅들의 변모를 찾아 나선다. 방충제와 싸우고 있는 스파이더맨이나 회 접시에 놓여 있는 인어공주는 우리가 가지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도전해 재미를 주며, 상황을 보는 다른 시각이 있음을 보여준다.
서동억 작가는 의사소통의 도구로 상징되는 키보드 문자키를 자연물과 접목시켜 마치 키보드 하나하나를 두드리듯 붙여가는 조형화 작업을 통해 현대사회 의사소통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다.
성연주의 작업은 음식재료가 옷이라는 형상으로 바꾸어가며 일어나는 실제와 비 실제의 무너지는 경계와 포착되는 순간을 현실 속 흐르는 시간과 상황을 무시한 채 평화로운 사진 한 장으로 남긴다.
유영운 작가는 정치적인 인물과 스타이미지, 스토리텔링으로 탄생하는 가상적 이미지에 기반한 캐릭터 인형의 메타이미지를 통해 내제된 보편적 가치와 권력의 관계를 간접방식으로 질문한다.
이동재 작가는 유명인사들의 실생활이나 이름과 연관 지은 작업으로 평범한 오브제가 개인적인 의미들과 만나 어떤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지 보여주며, 홍상식 작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일회용 빨대를 이용해 권력을 표현함으로써 인간의 욕망과 가식, 위선에 대한 성찰을 환기시키는 작품을 보여준다.(문의: 031-463-2716)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