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일대다. 이 지역은 2012년 말부터 본보 등 언론을 통해 죽음의 마을, 원인 모를 건강피해 발생 마을로 알려져 왔다. 지역주민들은 마을 내에 위치한 각종 공장에서 환경오염물질이 배출되면서 6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일부는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이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환경피해, 건강피해로 인해 ‘죽음의 마을’이라고 한 언론의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왔다. 김포시가 주민설명회를 열고 1단계 환경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7일 대곶면 거물대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설명회는 인하대 산학협력단과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9월부터 자체적으로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주민들의 우려처럼 거물대리 일대의 토양과 대기가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물공장 등 유해물질 배출시설 주변 13곳 토양 가운데 일부에서 비소·구리·니켈·아연 등 중금속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했다. 미나리, 땅콩 등의 뿌리식물에서도 타 지역에 비해 망간이 높게 검출됐다. 미세먼지 역시 기준치 이상 검출됐고, 다핵방향족 탄화수소(벤젠·크실렌 등)도 높게 나왔다.
아연은 한 금속공장 인근에서 최고 4천566㎎/㎏(기준 300㎎/㎏)을 기록하는 등 4곳에서 기준치를 넘었고, 구리는 모 공장 인근(최고 602㎎/㎏) 등 3곳이 기준치(150㎎/㎏)를 넘었다. 대기오염도 심했다. 거물대리 교회 운동장 등에서 다행방향족 탄화수소(PAHs)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고 12.6ng/㎥가 나타났다. 유럽연합의 1년 평균 기준치(1ng/㎥)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높은 농도인지 알 수 있겠다. 미세먼지도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이상 검출됐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혈액·소변검사에서도 기준 초과 오염 사례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환경오염과 사망률과의 연관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앞으로 본격적이고 집중적인 조사연구가 진행돼야 할 부분이다. 이에 김포시는 오는 5월 초 2단계 정밀역학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사 대상지역 내 기업체 322개소에 대한 전수조사와 지역주민 전체에 대한 정밀 생체검사가 실시된다면 암 발생과의 인과관계도 밝혀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요즘 규제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혁해야 할 규제가 분명 있지만 주민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유해공장에 대한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