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0일이 훨씬 지났다. 나라가 온통 비통과 오열 속에 빠져 있고 분통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어느 한 구석 시원한 답은 없고 답답함만을 여기저기서 드러내고 있다. 재난대비책이 어땠느니, 사고 대응이 어땠느니, 해경이 어땠느니 하는 말들조차 이제 귀가 따가울 정도다. 아직 자식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부모들의 찢어지는 가슴이야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이런저런 모습들을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며 울화가 치밀 뿐이다.
그동안 정부와 공무원들의 사고에 대한 대처를 바라보면서 무력감에 빠졌던 것은 사실이다. 해외 언론들마저 후진국형 인재(人災)이니, 3류 국가이니 하면서 비아냥거렸다.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470명이 넘는 승객들을 놔두고 도망치는 선장과 승무원의 모습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전 세계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 사회에 관행처럼 굳어진 안전 불감증으로 수천t 급 여객선의 침몰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의 대처 과정은 외국 언론들이 보기엔 한심함 그 자체였다.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 나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었다.
그렇다. 우리는 외국 언론들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우리 스스로의 모습들을 너무나 잘 안다.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생활수준에도 이르렀다. 그러나 성장과 효율 그리고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깊이 뿌리박혔다. 성장과 경쟁의 논리 속에서, 그리고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후진국형 대형 참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금 국민들은 너무 지쳤다. 아니 무력감에 빠져 패닉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다시금 용기를 내야 한다. 너무나 큰 충격을 잊으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가 아픈 가슴을 나누며 사랑으로 보듬어야 한다.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이제 희망을 품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당할 수 있다. 항상 깨어 있는 자세로 매사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본이 바로 서야 가정과 사회와 나라가 바로 서듯이 주변을 확실하게 돌아보자. 그리하여 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