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자화상’, 해외입양 얘기만 나오면 으레 붙는 수식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고아 수출 1위국이다. 숫자로는 중국 등에 밀리고 있으나 인구 비율로 보면 최고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동 수출 대국’이라는 불명예를 감안한 자책감의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5년 해리 홀트 부부에 의해 시작된 해외 입양의 역사는 1980년대 한 해 9천명으로 피크를 이뤘다. 2007년 해외입양쿼터제를 도입한 뒤 크게 감소했지만 지금도 매년 600명을 웃돈다. 미국 입양도 우리나라는 상위권이다. 지난해 734명이 입양돼 중국 2천589명, 에티오피아 1천727명, 러시아 970명에 이어 네 번째다.
그러나 국내 입양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2011년만 하더라도 405명으로 미국 입양보다 적다. 우리사회가 ‘핏줄’만이 ‘내 자식’이라는 강한 집착을 보이는 풍조 때문이다. 입양아동 중 여아가 많고 남아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도 국내 입양을 꺼리게 하는 한 요인이다. ‘배 아파 낳은 친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 결여로 중간에 입양계획을 포기하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밖에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 ‘입양 사실이 밝혀져 친부모를 찾아 나서면 어떻게 하나’도 입양을 겁내는 이유 중 하나다.
아이가 입양되기 전까지 자신의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을 위탁모라 부른다. 대부분의 입양아동은 이 위탁모의 손을 거쳐 양부모에게 넘겨진다. 위탁모와 입양 아동 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5~6개월 간의 ‘짧은 사랑’ ‘긴 사연’이 언론에 자주 소개돼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엊그제(11일) ‘입양의 날’엔 지난 10년 동안 600명의 아동을 친자식처럼 돌봤던 위탁모가 소개돼 가슴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입양되는 아이들이 절반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작년부터 해외 입양을 까다롭게 한 입양특례법 덕분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버려지는 아이들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다행’ 중 ‘불행’인지 더욱 세심히 따져 봐야 할 때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