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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감정의 기복(起伏)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감정을 능동적 감정과 수동적 감정, 곧 행동과 격정으로 구별했다. 능동적 감정을 나타낼 때 인간은 자유롭고 자기감정의 주인이 되지만 수동적 감정을 나타낼 땐 인간은 쫓기고 자기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동기에 의해 움직여지는 대상이 된다고도 했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기쁨·슬픔·사랑·욕망·분노·미움·시기·연민 등 48가지로 분류한 철학자로도 유명하다.

스피노자의 주장대로 우리는 48가지 감정을 공유하지만, 구체적 현실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서로 다르게 표출한다. 누구나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와 출신지역, 학벌, 가문, 종교, 취미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정서적 원인을 만들어내는 원인이 복잡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와 조금이라도 생각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금방 동류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생각이 통하지 않으면 곧바로 적대의식을 가지며 감정을 제대로 섞지 못한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통속적인 발상을 시작으로 심지어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집단을 향한 거부와 공격으로 빈번히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아류는 아마도 정치권이 제일 심할 것이다.

심리학에선 인간이 감정을 갖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정서는 처음에는 단순 흥분에서 출발하고, 생후 3개월쯤 쾌·불쾌·흥분으로 나누어지며, 4개월쯤 불쾌가 노여움·혐오·두려움으로 다시 나뉘고, 1년 만에 질투가 합류한다. 이런 세분화된 흥분이 점차 섬세한 ‘감정’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감정을 원초적 본능이라며, 기복(起伏)이 심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같은 연유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감정을 상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정하는 것’과 ‘조절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것이 없다. 따라서 바다에 늘 파도가 일듯, 감정도 매순간 일어나는 만큼 자신이 얼마나 처리를 잘 하느냐가 관건이기도 하다.

엊그제 서울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으로 또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감정을 제어 못한 비참한 결과여서 끔찍하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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