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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높은 음악 위한 음악인생”

라디오 생방송 중 즉석에서 만든 노래
멤버들과 서로 의견 나누며 완성시켜
추모곡 만든 후 슬픔에 노래 못불러
음악은 “한 서리고 아픈 선율이 많아”

 

새 음반 타이틀곡 ‘E메이져를 치면’ 발표한 김창완밴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지하 연습실에선 태평소 소리와 함께 '아리랑' 선율이 새어나왔다. 김창완밴드는 오는 31일 열리는 페스티벌 ‘레인보우 아일랜드’ 무대를 위해 연습이 한창이었다. 짱짱한 태평소 소리가 밴드의 강렬한 연주를 시원스레 가로지르며 아담한 공간을 채웠다.

“태평소 몇 년 했어요? 연주 잘하네.”(김창완)

앳된 얼굴의 태평소 연주자가 “11년”이라고 답하자 그는 기특한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근 발표한 새 음반 타이틀곡 ‘E메이져를 치면’으로 연주를 이어갔다. 이 곡은 무척 독특하다. 김창완이 라디오 생방송 도중 즉석에서 만든 노래인데 어쿠스틱 기타에 독백 같은 내레이션이 흐른다.

“라디오 진행 도중 잠시 기타를 잡았는데 아련한 어떤 게 오더군요. ‘E메이져를 치면’이라고 제목을 짓고 E코드(미-솔-#시)를 쳤는데 뭔가 딱 걸린 것처럼 무척 좋은 느낌이 왔어요. ‘E메이져를 치면 참 좋구나’란 생각을 했죠. 로커들은 대부분 이 코드를 선호하는데 안정감이 있거든요. 그리고 마치 수필처럼, 늘 하는 말처럼 가사를 써내려갔어요.”

그는 “기타 치는 사람은 E메이져 다음에 F#마이너 코드로 이어가는 게 늘 가는 길”이라며 “두 마디씩 이렇게 하면 듣기에도 숨차지 않은데 ‘왜 이렇게 숨이 찰까’ 그런 거다. 곡이 그렇게 만들어지고서 바로 이상훈(키보드)에게 음원을 보냈다”고 했다.

이상훈은 “이 노래를 듣고 그냥 멍했다”며 “한참 동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느낌을 얘기했다.

‘E메이져를 치면’이 기타 코드로 지난날의 아련한 사랑을 풀어갔다면 또 다른 곡 ‘괴로워’도 다른 빛깔의 연심(戀心)을 담았다.

‘타다다다닥’ 드럼이 시작을 알리는 ‘괴로워’는 ‘너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내 행복쯤은 불쏘시개가 돼도 좋았지’라며 그토록 깊었던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나고픈 절절함이 담겼다. 김창완은 어느 봄날 밤 문득 악상이 떠올라 이 곡을 만들었고 데모 버전을 멤버들에게 단체 문자로 보낸 뒤 의견을 주고받으며 완성했다.

“창완이 형이 그릇을 준비하고 레시피를 던져주면 그게 초안이죠. 멤버들은 이 곡을 요리하면서 당근이 넣고 싶으면 당근을 넣는 식으로 마음에 드는 재료를 넣거나 바꿔보죠.”(기타의 염민열)

그간 김창완밴드는 ‘더 해피스트’(The Happiest), ‘분홍굴착기’ 등의 음반에서 폐부를 찌르는 문학적인 가사로 인생의 순간에 천착했기에 사랑 테마에선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김창완은 “‘더 해피스트’ 음반은 분노의 자식에서 나온 것이니 사랑을 담을 수 없었고, ‘분홍굴착기’는 산울림의 음악적 계승을 위해 만들어 보통 가요가 많이 선택하는 주제인 사랑에서 멀어졌다. 그러니 세월이 가면서 사랑을 회복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중가요 중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가 60%라고 해요. (김창완 삼형제가 이끌던) 산울림 노래도 조사해보니 58%가 사랑 노래라고 하더군요. 보편적인 주제 선택인 셈이죠. 하하.”

그러나 그가 논하는 사랑은 단편적인 핑크빛이 아니다. 그는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사랑의 속성을 설치미술가 장지아의 작품을 예로 들어 답을 대신했다.

 


“며칠 전 장지아 씨의 독특한 작품을 봤어요. 태형(笞刑)을 하는 몽둥이에 아름다운 조각을 넣었고, 여성들의 하이힐을 쇠로 만들었더군요. 사랑도 아름답게 꾸며진 형구(刑具)인 셈이죠.”

앞서 그는 한층 절절한 사랑 노래를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추모곡 ‘노란 리본’이다.

그는 “슬픔으로 얘기하기엔 너무 가슴 아파 견디기 힘들었다”며 “노래가 나왔다기보다 그 곡을 통해 내가 달아났다고 봐야 한다”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를 건져줄 게 뭐가 없을까’ 생각하던 어느 날 오후 3시쯤이었어요. 맑은 대낮인데 그날도 라디오를 마치고서 진이 빠져있었죠. 그땐 신문을 보는 게 덜덜 떨려 종이조차 못 뗄 때였어요. 망연하게 앉아있는데 ‘너를 기다려’란 첫 구절이 나왔죠. 곡을 완성하고도 눈물이 나서 노래를 못 불렀어요. 숨을 고르고 골라 겨우 녹음을 마쳤죠. 밴드에게 바로 음원을 보냈고 오후 5시에 만나 밀면을 한그릇씩 먹고서 새벽 1시가 돼서야 작업을 마쳤어요.”

그는 음악이 주는 위로에 대해 “아픈 마음으로 만들어진 곡이 무척 많다”며 “신음보다 더 한 서리고 아픈 선율이 많다. 음악이 가진 힘을 너무 오락으로 소비해버린 것에 대한 반성을 낳게 한다. ‘E메이져를 치면’에서도 휘파람 불 때가 가장 슬프다. 그때는 엄청 슬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완밴드의 다음 음악도 ‘왜 음악을 하는가’를 고민하고 그에 가까운 답을 녹여내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순도가 높은 음악을 하고 싶어서다.

“(호주의 듀오 밴드) ‘앵거스 앤 줄리아 스톤’이란 팀이 있는데 너무 좋아서 요즘 푹 빠져 있어요. 레퍼런스(참고)가 될 겁니다. ‘이런 걸 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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