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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안대희와 이회창

 

안대희 전 대법관이 총리로 지명됐다. 안 전 대법관은 성품이 강직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래서 직언도 서슴지 않고, 그런 그의 성격 때문에 좌천의 아픔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책임 총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안대희 총리 지명자의 일성은 “부패 척결”이었다. 그는 “제게 국무총리를 맡긴 것은 수십 년간 쌓인 적폐를 일소하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국가가 바른 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께 가감 없이 진언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안 내정자는 “초임 검사 때부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면서 “모든 것을 바쳐 국가의 기본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총리 지명자의 회견문이 아니라 중수부장이나 검찰총장의 취임사 같은 내용이다. 그만큼 법치의 원칙을 잘 지키겠다는 얘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대쪽 같은 성품이 유효한가는 의문이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의해 희생된 우리 아이들에 대해 감정이입이 된 상태고, 그래서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는데, 이런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는 시기에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공감의 리더십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사회의 개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공무원들을 다독이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따뜻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력도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약속한 것들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입법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야당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안대희 총리 지명자의 강직한 리더십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안대희 총리 지명자는 강직함이라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이외에, 이런 따듯한 감성의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강직함이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강직의 대명사는 이회창 전 총리였다. 이회창 전 총리는 그의 강직함 때문에 대통령과 잦은 마찰을 겪었고, 그래서 끝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결별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회창 전 총리는 이런 강직한 이미지를 자산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역경은 순탄치 못했다. 세 번 대선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총리가 정치적으로 실패한 원인은, 강직함을 정치적 자산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강직한 성품을 정치적 트레이드마크로 사용하면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부담이 된다. 국민들이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런 큰 기대감은 사소한 실수나 작은 흠집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엄청난 실망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반 정치인인 경우,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깨끗함과 강직함으로 포장된 정치인의 경우는 그냥 못 넘어간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점을 안대희 총리 지명자는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대희 총리 지명자 역시 정치적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자주 들려왔는데, 그럴수록 그의 강직함이 정치를 하기 위한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안대희 지명자는 단기간에 상당한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이 이른바 ‘전관예우’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을 명쾌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강직한 이미지와 관련해서 중요한 부분이다.

만일 전관예우의 관행 덕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다면 관피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과연 안대희 지명자가 소신을 갖고 공무원 사회를 개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에서 이 부분 역시 명확히 해주길 바란다.

안대희 총리 지명자는 정말 어려울 때 중책을 맡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론이 자신의 가장 큰 무기임을 명심하고 국민에게 모든 것을 솔직히 밝히고 또 국민들과 공감하면서 국정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따뜻함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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