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잔인한 봄의 끝자락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 열흘, 아직도 일부 실종자들을 수습하지 못한 가운데 일어난 사고다. 지난 26일 오전 9시1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에 위치한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당국은 이 불이 터미널 건물 지하 1층에서 진행된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용접작업 시 발생한 불티가 인근 가스배관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먼저 더 이상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길 빈다.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유독가스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관계자는 추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고양종합터미널은 2012년 6월 개장한 건물로 지하 5층, 지상 7층, 연면적 14만여㎡ 규모다. 터미널과 홈플러스, 영화관, 쇼핑몰 등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전국 주요시설에 대해 실시한 ‘총체적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보도에 의하면 경기와 전남 지역은 세월호 수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하는 일이지만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9일부터 전국 교통수단과 다중이용시설 등 안전점검이 필요한 시설물을 대상으로 정부합동점검단을 투입해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1천200만명이 사는 경기도가 제외된 것이다.
세월호 수습과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은 동시에 실시돼야 한다. 아무튼 이번 사고도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작업하던 인부 80여명은 비상벨 소리를 듣고 긴급히 대피해 무사했지만 지상에 있던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다 유독가스에 의해 사망하거나 중경상을 입었다.
지하 1층에서 발생한 연기를 막는 방화벽 등 제연설비가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다. 건물 내부의 소방시설도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대피유도도 미진했다. 이 와중에서도 의인들은 있었다.
KD운송그룹 이강수 지사장은 매표소 여직원이 현장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듣고 구조하러 다시 들어갔다가 숨졌다. 연기 때문에 길을 못 찾아 헤매던 승객을 대피로로 안내해 구조시킨 버스기사들도 의인이다. 언제까지 이런 사고가 계속돼야 하나?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 조치하고 안전점검의 범위도 확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