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강남 LG아트홀에서는 ‘무사시’라는 연극이 공연된 적 있다. ‘무사시’는 일본 에도 시기 초의 실존인물이자 전설적인 무사로 이름을 날렸던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
1584~1645)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사시’는 예순두 해의 삶 동안 60여 차례의 시합을 가지며 단 한 번도 패배를 용납지 않았던 최고의 검객으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검신(劍神)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또 일본 최초로 쌍검을 사용하는 니토류(二刀流)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서화에도 능했던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말년에는 일본의 ‘손자병법’이라 불리는 ‘오륜서(五輪書)’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창작 활동의 좋은 소재가 되어 그의 일대기를 다룬 민담, 소설, 만화, 드라마와 영화가 다양하게 나와 있으며, 이를 통해 무사시는 한국인들에게도 꽤 익숙한 인물이다.
무사시는 최고의 검객이었지만 그에게도 숙명의 라이벌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천재 검객으로 꼽혔던 사사키 코지로였다. 코지로는 역사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1612년 4월 후나시마(船島·선도) 결투에서 무사시와 승부를 펼쳤으나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일본인들은 이 승부를 가장 유명한 ‘진검승부’라 부르고 있다. 연극은 여기서부터 시작해 죽지 않고 살아난 코지로가 6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갈고 어느 외딴 곳 작은 절에서 무사시를 찾아내 다시 최후의 승부를 벌이는 3일간의 사건을 그렸다. 비록 신파극과 같은 내용이지만 문화훈장을 수상한 일본 연극계 거장의 연출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져 당시에 꽤나 많은 관객이 몰렸었다.
연극 속 코지로의 마음이 중국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검객’이란 시에 나오는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이 아니었나 상상해 본다.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 십 년 동안 칼 하나를 갈아), 상도미증시(霜刀未曾試; 서릿발 같은 칼날은 시험해 보지 않았네.) 금일파사군(今日把似君; 오늘 그것을 당신에게 드리노니), 수유불평사(誰有不平事; 누가 바르지 못한 일을 하겠는가)’.
지금 전국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고 지역을 평정하겠다고 나선 정치 검객(?)들이 승리를 위해 ‘진검승부’가 한창이다. 누가 베고 베이는지, 깊은 상처만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