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두 화가의 미술관과 전시관이 잇따라 문을 연다.
강원도 양구군은 25일 박수근미술관 개관식을 가졌고, 제주도 서귀포시는 내달 중순 이중섭전시관의 문을 열 예정이다. 둘 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보기 드문 미술기념사업을 벌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수근(1914-1965)은 양구에서 태어나 회백색을 주조로 서민의 고단한 삶을 간명하고 애잔하게 표현했으나 살아 생전에 이렇다할 개인전 한 번 열지 못했다. 평양 출신 이중섭(1916-1956) 역시 향토적 소재로 작업했지만 불우한 삶을 이어가다 요절했다. 서귀포는 그가 한때 기거하며 작업했던 곳이다.
한국현대미술사는 이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그들이 차지하는 자리가 그만큼 크고 넓다. 박수근의 작품이 한 점에 5억원을 넘어서고, 시중에 나온 이중섭 회화의 80% 가량이 가짜라는 사실은 이들의 비중을 실감하게 하는 또하나의 방증이다.
박수근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군립 미술관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인구 2만5천의 양구군이 21억원이 투입된 연건평 200여평 규모의 건물을 짓고 100여점의 소장품을 확보했다. 이중섭전시관 역시 연건평 200여평으로 1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들어갔다.
이들은 외양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으나 내실과 운영체계를 완비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같다. 두 군데 모두 해당 작가의 유화작품이 없는데다 운영을 위한 직제가 아직은 미비하다. 일단 출발시켜 놓고 나서 앞으로 채워가자는 뜻이다.
박수근미술관의 경우 유화는 없고 그의 유품과 삽화, 판화, 스케치 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관보다 기념관의 성격이 강하다. 건립을 주도한 박수근선양사업추진위원회는 명칭을 두고 논란을 벌였으나 '미술관'으로 낙착됐다. 그 배경에는 정부지원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위원회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미술관 명칭이라야 정부지원이 가능해지기 때문. 한편 소장품 중 70여점은 박수근이 아닌 다른 작가들의 그림이다.
양구군은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명예관장으로 위촉하는 한편 행정자치부에 6명 정원의 직제를 신청했다. 행자부가 이를 승인할 때까지는 군청 공무원이 운영을 맡게 된다. 박수근의 유화는 추후 구입할 예정이나 값이 워낙 비싸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중섭전시관은 박수근미술관보다 여건이 훨씬 더 좋지 않다. 원화는 없이 복사본만 일부 확보해 놓은 실정이다. 관장을 비롯한 직제 역시 아직 갖추지 못해 향후 운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전시관은 개관전 때 유명 미술관의 소장품을 임대해 몇달간 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작품예산 3억원을 확보, 구입에 나섰으나 성사시키지 못한 것은 박수근미술관과 마찬가지다. 명칭을 '전시관'으로 붙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 대표화가의 예술혼을 기리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핵심인 유화가 없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사람들이 멀리서부터 이곳 까지 찾아온다면 그것은 물론 유화를 보려는 기대에서일 것이다. 미술관 명칭이 붙어 있는 박수근미술관은 더욱 그렇다. 멋진 건물보다 충실한 내용과 효율적인 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유홍준 명예관장은 "보증하건대 박수근미술관은 현재까지 세워진 기념관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조직적인 운영체계를 갖춘 지방미술관의 모범이다"라고 명예관장 위촉을 며칠 앞둔 미묘한 시점에 신문기고에서 자랑삼아 말했으나 다소 성급한 이같은 자부심이 수긍받으려면 후속 노력이 좀더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