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모가 전처의 아이를 학대하여 사망하게 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울산에서 여덟 살 아이가 계모에게 맞아 갈비뼈 16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어 숨졌고, 경북 칠곡에서도 같은 나이의 아이가 계모의 구타로 인한 내장파열로 숨졌다. 인면수심의 두 계모에 대한 분노가 온 나라에 들끓고 있다. 징역 15년형을 받은 울산 계모와 10년형을 받은 칠곡 계모, 두 사건 모두 형량이 낮다며 검찰이 항소하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모는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전형으로 생각되어, 전래동화 속에서도 악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도록 하는 팥쥐 엄마, 낙태하였다는 거짓말로 장화를 연못에 빠트려 죽이는 계모 허씨, 재산을 빼돌린 심청의 계모 뺑덕어멈 등이 있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의 서양동화에도 전처 자식을 학대하는 나쁜 계모들이 등장한다. 이런 설화는 세계적으로도 수없이 많다고 한다. TV드라마에서도 새엄마는 대부분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계모가 악하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좋은 계모에 의해 잘 자란 사례도 무수히 많다. 9세 때 어머니를 잃은 링컨 대통령의, 새어머니였던 사라부시는 착한 계모의 전형으로 꼽힌다. 링컨을 사랑으로 키우며 어릴 적부터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등,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인물로 길러내었다.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철기 이범석 장군을 지극정성으로 키워 독립운동가로 만든 사람도 계모였다. 가까운 우리 주위에서도 착한 계모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근래 이혼이 늘어나면서 재혼가정 또한 많이 늘어나고 있다.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정이 많아지는 것이다. 실지 수많은 재혼가정 중 학대하는 계모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아동 학대의 주체는 80%가 친부모들이다. 계부, 계모의 학대는 4%에 불과하다. 아동 보호를 위하여 영국에서는 자녀에게 사랑과 애정을 주지 않고 감정적 학대를 가하는 부모에게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신데렐라 법’을 추진 중이라 한다.
‘계모(繼母)’란 어머니를 계승한 사람이다. 계모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인식은 자기 몸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어서 모성애가 없을 것이라는 데 있다. 생물학적으로 계모는 분명 어머니가 아니다. 어머니와 자식은 50%의 유전자를 공유하지만 계모는 한 방울의 피도 섞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는 낳은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 보호해야하는 모성본능이 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반면 계모는 남편의 자식을 의무감에 의해 윤리와 이성(理性)으로 기른다. 이성이 본능 보다 절실할 수 없기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의붓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계모는 더욱 칭송을 받아야 마땅하다 하겠다.
점차 재혼가정이 많아지고 있어, 계모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동화, 출판물, TV드라마 등에서도 나쁜 계모 보다는 긍정적인 캐릭터로 그려내어야 할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더욱 심해졌을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의붓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는 착한 계모들이 의기소침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월간 ‘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수필집: ‘남쪽포구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