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대구지하철 화재사고가 발생한 후인 2004년 최초 재난관리 전담기구로 만들어졌다. 당시 소방관들은 소방방재청이 생기자 매우 기뻐했다. 특히 부족한 인력과 노후화된 장비 걱정이 덜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노후화된 장비와 부족한 인력 문제는 소방관들을 괴롭힌다. 여기에 출동한 119 대원들을 폭행하는 못된 사람들도 있어 ‘매 맞는 소방관’이란 자탄마저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소방관을 신뢰하고 사랑한다.
이번 고양종합터미널 화재사건이나 장성 요양병원 사고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화재는 순식간에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가는 무서운 재앙이다. 공포스러운 유독가스와 불길을 피하지 않고 맞서 제압하려는 소방관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사투(死鬪)다.
또 119 구조대는 위기상황에 처한 국민들을 헌신적으로 구조한다. 다른 직종 공무원보다 소방관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소방을 국가안전처의 본부 체제로 격하시키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위험한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 온 소방공무원들은 모두 ‘해도 너무한다’며 분노하거나 허탈해하고 있다. 방재청은 차관급 ‘청’에서 1급인 본부로 강등되는 셈이다. 청장인 소방총감(치안총감) 계급도 존립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소장관계자들은 소방방재청을 국가안전처 아래로 두며 지위를 낮춘 데다 현장대응을 강화하는 실질 개선책도 없다고 씁쓸해 한다. 국민들도 우려하고 있다.
소방현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연 인력부족이다. 원래는 구급차가 출동할 때 운전자 1명·대원 2명이 출동해야 한다. 그러나 의무소방요원이나 사회복무요원 같은 보조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이다. 장성요양원 화재 때도 최초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삼계119안전센터 대원 수는 겨우 3명이었다. 이들만으로 화재 진압과 수많은 환자를 구조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늘 재난 대책,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부족한 인력·장비로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의 힘을 빼는 이번 개편안은 반드시 재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