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Angry Birds). 빨강·노랑·주황색의 화가 잔뜩 난 표정의 새들이 돼지에게 도둑맞은 알을 찾기 위해 몸을 날려 각종 장애물을 격파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설명한 스토리, 귀여운 캐릭터, 간단한 조작, 클리어는 쉽지만 정복은 어려운 절묘한 레벨 디자인에서 오는 엄청난 중독성으로 처음 등장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쟁쟁한 스마트폰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 현재까지도 인기는 고공 행진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게임답게 이용자들의 게임 시간이 매일 3억 분에 달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신조어로 타생된 ‘앵그리 맘’ ‘앵그리대디’는 인기게임 앵그리버드에서 따온 명칭이다.
자녀를 키우는 화난 40대 여성과 남성을 지칭하며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와 아픔을 같이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당초엔 ‘앵그리맘’이란 말이 먼저 생겼다.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자신의 알을 훔쳐간 적들을 쳐부수는 내용의 ‘새’ 캐릭터가 사고로 자식들을 잃은 엄마들과 또 이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흡사해서 그랬다. 그러나 곧바로 ‘앵그리대디’란 말이 생겨났다. 자식을 둔 가장(家長)들이 참사에 대해 더 큰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서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여야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지난 30·3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20대·60대와 반대로 투표에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이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그야말로 명운을 걸다시피 한 표심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들의 맘을 움직일 수 있는 묘약이 여야 모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총유권자 4천130만4천394명 가운데 40대 유권자가 2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최근 이런 40대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여론 조사결과를 내놨다. 세월호 사고 이전에는 40대 남성과 여성은 각각 58%, 62%의 지지율로 다소 보수화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사고 이후에는 각각 31%, 47%의 지지율로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고. 40대의 표심, 여야의 속내가 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