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이 무너질까.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학교는 가르쳤다. 그러나 학교를 떠나 사회로 진입한 사람들은 안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제 아무리 공을 들여도 탑은 무너지고 주변의 것들도 함께 자빠지기 일쑤다. 그런 현실에 좌절은 덤이다.
그것이 세상이다, 깝치지마라. 돌이켜보면 삶은 그렇게 비웃곤 했다. 특히 가난한 자에게는 더.
굳이 인도의 불가촉천민을 말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그렇게 녹록한 품목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육두품이거나 주변인들이 권력의 중앙으로 들어가는 길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 된 지 오래다. 혹시라도 바늘구멍을 통해 중앙에 진입했다손치더라도 그 안에서 입지(立志)를 펼치기란 고름이 살되기보다 더 힘들다. 동화되거나 앞잡이가 되지 않는 한 권력은 곁을 쉽게 주지 않는다. 그것이 속성이다. 그러다가도 순간 방심하면 훅, 간다.
역사는 이를 친절하게 가르치고 있다.
‘操存省察兩加功(조존성찰량가공)/不負聖賢黃卷中(불부성현황권중)/三十年來勤苦業(삼십년래근고업)/松亭一醉竟成空(송정일취경성공)’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온통 공을 들여서/책 속에 담긴 성현의 말씀 저버리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왔네/삼십년 긴 세월 동안 온갖 고난 모두 겪으면서 쌓아 놓은 업적/송현방 정자에서 한 잔 술을 나누는 동안 그만 허사가 되었네.’
조선 개국 공신이자 국가의 틀을 완성한 공맹주의자(孔孟主義者) 정도전이 남긴 마지막 시, ‘자조(自嘲)’다. 삼봉은 뛰어난 승부사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스스로 대인(大人)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대인배가 묻어난다. ‘오직 백성’만을 갈구하며 살아온 50여년의 삶과 이를 실천하기 위해 권력의 아비규환(阿鼻叫喚) 속에서 견딘 30년 세월. 그 마지막 순간에 어찌 회한이 남아있지 않을까만은, ‘스스로 비웃(自嘲)으면서’ 놓는다.
그러나 그 역시 혁명동지인 남은(南誾)의 첩 집에 있는 정자(松亭)에서 한 잔 술(一醉)을 나누는 동안 훅, 갔다. 권력은 그런 것이다.
입지자들에게는 오늘 하루가 24년 같을 게다. 당선되면 잘들하시라.
그런데, 자식의 주검조차 안아보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부모들에게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일까. 의미나 있을까.
/최정용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