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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IN]세월호 참사와 우리의 과제

 

세월호 참사가 벌써 50일로 접어들고 있다. 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근대화 이후 이렇게 장기간 많은 이들에게 아픔과 무력감을 주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실종자를 아직 다 찾지 못하고 있으며, 사건의 진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떠돌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심정이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돈의 위력은 이제 인간의 목숨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이윤을 위한 거래조건으로 여기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후쿠시마 발 핵재앙 이후 지구생태계가 재차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암흑의 땅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에도 돈 때문에 여전히 우리 사회는 기한이 다한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사고가 계속될수록 우리의 감각은 무뎌지고 위험사회가 보내는 숱한 경고 사인을 무시한 결과가 이번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쩌면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이전 사회와 이후 사회로 구분될지도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공적, 사적 매체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무능에 대한 분노,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토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논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 동안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우리들의 정신건강이 얼마나 위험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노인과 청소년 자살률 등 객관적 수치로도 확인이 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들의 정신건강이 한계수준을 넘었다는 것을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을 거의 갖추지 못한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려대는 사이비 언론들의 보도 행태(우리나라 언론의 한심한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출세에 눈먼 일부 인사들의 어처구니없는 만행 등.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월남 파병, 광주 민주화 항쟁 등 국가적 차원의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들은 물론이고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등 대형사고로 인한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이 겪고 있을 아픔을 기억하고 그들의 치유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당시에는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지금보다 미흡하여 제대로 된 치유를 받지 못한 관계로 그들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세기 말 전 지구적 경제위기는 인간 생태계를 있는 자의 세계와 없는 자의 세계로 양분하여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상호 소통 불능의 이중사회로 전환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유한 지역의 자녀들이 이번 참사를 당했더라도 똑 같은 대응을 했겠는가? 자문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의 대처 경험에서 보듯 치유의 공동체 삶을 사는 것이다. 현대판 라마가 된 안산! 고난의 현장으로 들어가 10년이고 20년이고 그들과 함께 살면서 일상에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새로운 삶이 주는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식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부모와 함께 헌신하려는 이들이 필요하다(참여 의사를 밝힌 전문가가 나타난 것은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 가서 그들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갈 이웃이면서 치유자가 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를 다시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자본주의 거래 방식이 아닌 이웃과의 정, 사람과의 친밀함을 기본으로 했던 전통적 삶의 방식을 다시 살려야 한다. ‘자녀를 돈을 주고 전문가에게 맡기고 본인은 돈을 받고 다른 아이를 돌보는’ 가족 간 기본적 돌봄마저 자본주의 방식으로 거래되는 극단적 시장주의가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랑에 기반한 생활공동체를 재건해야 할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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