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게임’은 게임에 참가하는 양측 중 승자가 되는 쪽이 얻는 이득과 패자가 되는 쪽이 잃는 손실의 총합이 0(zero)이 되는 게임을 가리킨다. 즉, 내가 10을 얻으면 상대가 10을 잃고, 상대가 10을 얻으면 내가 10을 잃게 되는 게임이다. 이처럼 내가 얻는 만큼 상대가 잃고,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독식의 게임인 만큼 치열한 대립과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제로섬 게임이라는 용어는 경제이론으로부터 등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분야 등의 무한경쟁 상황에서 패자는 모든 것을 잃고 절대강자만 이득을 독식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에도 자주 인용된다. 특히 참가자들이 모두 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입는 것이 불가능한, 항상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구분되는 ‘정치판의 선거’에서는 표현의 단골메뉴다. 선거에 있어서 한 자리를 다투는 수명의 후보자들 중 어느 한쪽의 후보자가 많은 표를 획득하면 그만큼 상대 후보자의 득표는 필연적으로 적어지기 때문에 제로섬 게임에 빗대 자주 인용되는 것이다.
제로섬과 반대개념은 코피티션(Coopetition)이다. 이 또한 경제용어로서 협동(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이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코피티션은 기업 간 극단적인 경쟁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공동 R&D 등의 협력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 하자는 비즈니스 성공 전략이다. 주로 동일한 업종 간의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인 데 반해, 코피티션은 반드시 패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논리를 부정하고 경쟁자들이 서로 협력하면 모두 승자가 되어 최대의 이익을 거둔다는 개념이다. 이런 변화는 다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다. 상생발전을 위한 ‘적과의 동침’이 대세가 된 셈이다.
어제 ‘6·4 제로섬 게임’이 끝났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3천952명의 승자가 탄생했다. 게임의 법칙대로라면 이들이 모든 것을 독식해야 맞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사회는 그러기에는 분열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 따라서 승자의 포용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패자들과 함께 서로 협력하는 코피티션을 이루어 나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