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거의 모든 문화예술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전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터에 누구보다 감성적이고 타인의 아픔을 깊이 공감할 줄 아는 정신적 인자를 지닌 문화예술인들의 슬픔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화행사가 아주 열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민인기씨가 지휘하는 수원시립합창단은 지난달 29일 저녁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주했다. 이상길씨가 지휘하는 안양시립합창단도 오는 12일 정기연주회를 연다. 연주곡목은 클라우센의 ‘추모곡’, 포레의 ‘레퀴엠’ 등이다. 두 연주회 모두 세월호 유가족의 슬픔에 동참하고 영혼을 위로한다는 의미로 상처받은 마음을 아물게 하는 명곡들을 선정했다.
또 다른 행사는 수원과 화성, 오산의 시인과 서예가, 문인화가 100여명이 참여한 시(詩)·서(書)·화(畵)전시회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돼 22일까지 수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조촐한 개막식을 가진 후 전시에 들어갔다. 이 전시회엔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인 고은 선생과 홍신선 임병호 윤수천 김우영 정수자씨 등 지역의 대표적인 시인과 아동문학가 50명, 양택동 김병학 차기동 채순홍 이한산씨 등 서화가 50명이 참여했다. 시인들이 대표시를 각각 2편씩 내놓았고 서화가들이 정성껏 시각화했다.
개막식에서 고은 시인도 말했지만 예부터 시(詩)와 서(書), 그리고 그림(畵)은 선비정신의 표상이었다. 그래서 선비는 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서·화와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특히 시·서·화가 한 데 어우러져 높은 경지에 이르렀을 경우 ‘삼절(三絶)’이라고 했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시·서·화가 각자 분리됐다곤 하지만 60~70년대에도 시인과 화가 서예가들의 교류와 예술적 공감대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교류가 활발하지 않다.
이번 전시회는 그렇듯 끊어진 ‘삼절(三絶)’의 전통을 잇고 지역 시인과 서화가들의 교류를 통해 예술의 영역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기대감 때문인지 이날 개막식에는 2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많은 시인과 서화가들이 함께 작업을 한 것도 처음이지만. 100점이나 되는 많은 작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우울한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관람하면서 영혼의 정화를 경험했으면 한다. 아울러 이처럼 좋은 전시회를 매년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