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에 소방복으로 중무장한 채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도록 정부에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의 사진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119명이 릴레이로 1인 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그저 묵묵히, 그러나 목숨을 걸고 화재 현장이나 응급 재난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을 구조하고 있는 이들이 거꾸로 국민들에게 119 응급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아프다. 이와 관련, 본보는 지난 2일자 사설을 통해 부족한 인력·장비로 목숨 걸고 일하는 소방관들의 힘을 빼는 소방방재청 해체 재고를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새롭게 설립하면서 기존 소방방재청 해체와 소방총수 강등 등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연히 소방관들은 물론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방관들은 소방조직을 국가직으로 일원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반응은 아직 없다. 소방관들의 국가직 요구는 지극히 타당하다. 이를 이기주의라고 몰아붙여선 곤란하다. 왜냐하면 4만여명에 달하는 소방관 대다수가 지방직인 까닭에 소속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보충이나 장비구입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불 꺼서 먹고사는 사람’이란 현장 소방관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가 봤으면 좋겠다. 그는 국가직 전환의 당위성을 절절하게 설명한다.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서 한 팀에 5명이 근무하는 현실, 그 중에서 구급차는 2명이 타고, 3명이 펌프차를 타다가 큰 불이 나면 구급차를 세우고 난 뒤 물탱크를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화상환자가 나게 되면? 이게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바로 이 글을 읽는 분께서도 이런 현실에서 살고 있는 거구요.’ 그가 근무하는 센터엔 5명 팀원이 있는데 담당하는 인구는 8만명이라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옆 센터도 20만명을 5명이 맡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는 소방공무원들이 지방직으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총액인건비제 제한 때문에 정무직이나 일반직 공무원들의 불만도 극에 달해 있는 판에 상대적으로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의 증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간 소방관들은 ‘소방관이 위험하면 국민도 위험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국민들의 성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소방관들을 지지한다. 정부는 이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들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