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3 (토)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시민과사회]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지난 6월7일 신촌에서 올해로 15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프라이드 퍼레이드’가 진행되었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이성애자가 아닌 이유로 사회적으로 냉대와 차별을 받는 LGBT(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이 자신들의 자긍심을 담아 도심을 당당하게 행진하는 의미를 담는다. 이것은 1969년 미국 뉴욕시에서 스톤월 항쟁(게이에 대한 뉴욕경찰의 지속적인 학대에 대항했던 최초의 저항)을 기념하면서 시작되어 현재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성적 지향에 대한 관용을 확대하려는 의미에서 개최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한국의 축제에 처음으로 주한 미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이 참여하면서 한국의 LGBT의 자긍심을 지지하며 연대했다는 점에서 뜻 깊었다. 그러나 국제적 연대와 경향은 뒤로 한 채 혐오의 기운은 한국 사회 내부에 도사리고 있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면서 5천여명의 참여자들은 행사의 슬로건인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를 내세워 행진을 시작했지만, 300여명의 개신교인들과 어버이연합회의 격렬한 저지로 20m도 가지 못한 채 멈춰서 버렸다.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내세워서, ‘사회적인 성적 규정’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허용된 1년 중 단 몇 시간의 해방구를 방해했다. 이것은 ‘다름(different)’을 ‘틀림(wrong)’으로 수용한 채 타인의 차이에 대해 자신의 기준만을 옳다고 강요하는 무관용의 전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차이와 정상을 기준으로 한 차별이 정당화되거나, 다름이 틀림으로만 해석되는 사회에 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 사이의 모든 것이 정상과 비정상 등과 같은 기준으로만 구분된다면, 기준에서 어긋난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차별하고 인권을 제한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이유로, 혹은 피부색의 차이로, 더 나아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등으로 차별받는다면, 사람들은 이 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싸울 것이다. 이처럼 차이는 경제적 권력으로부터 기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차원적이다. 그런데 경제적 차별에 대해서는 당연히 싸워야 할 불평등으로 인식하면서도, 성적인 차이에 대해서는 비정상이라는 관점에서 타자화시키는 경향이 우리 사회에는 강하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보이는 현상은 종교적 배타성과 보수주의의 우익성이 매우 폭력적으로 그들의 기준만을 강요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9월 예수회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이 동성애자를 본다면 그 존재를 인정하겠는가? 아니면 거부하거나 비난하겠는가? 자비를 갖고 그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황의 의중을 교리적 잣대로 들이대지 말고 종교의 본원적인 기능인 인간의 구원과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견해는 시대정신을 충분히 담고 있다. 이처럼 동성애에 대한 종교적 해석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집단으로 일부 기독교세력이 실력행사를 해왔다.

2013년 ‘차별금지법’ 제정은 이러한 실력행사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차별금지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 성별·나이·용모·지역·학력·혼인상태·종교·정치적 성향·가치관 등을 이유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동성애 조장 및 주체사상 허용 등의 이유를 내세워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 결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은 여전히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반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혐오와 그들만의 기준 강요로는 우리 사회에서 사랑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함성을 꺾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혐오와 강요라는 부정의 힘보다는 사랑이란 긍정의 힘이 더욱 크고 위대하기에…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기에….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