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가 절로 실감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이다. 60세 모드에 맞춰져 있던 시대보다 물경 40년의 중년기 이후 새로운 삶이 덤으로 더 주어진 셈이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더 길다’는 희망의 콧노래가 흘러나옴직 하다. 2025년쯤에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장수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나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50 베이비부머 중년세대들 은퇴 얘기가 주 관심사였다. 그런데 요즘 장안의 화제는 단연 7080 시니어 세대들이다. 부쩍 젊어지고 활기찬 이른바 ‘꽃노년’ 7080에 이제 더 이상 ‘노인’이란 호칭이 반갑지 않다.
그들의 노익장 과시가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 1면에 ‘나이 70 벤처 못하란 법 있나요’라는 기사가 실렸다. 경기도 어느 지역의 평범한 어르신들이 모여 컴퓨터 공부를 했고, 이후 실천과 나눔활동으로 영정사진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성공적인 벤처 사회적 기업까지 일구게 되었다는 감동스러운 사연이다. 필자의 제자 중 이 사연을 소재로 7080 시니어들의 학습공동체와 사회적 기업가로의 성장사례를 연구하여 박사를 받게 된 인연이 있어 남의 일 같지 않다. 게다가 바로 이 분들이 필자가 기관장으로 있던 곳에서 실시한 100세 시대 영화공모전에서 ‘나이야 가라’라는 독특한 소재로 대상을 받은 주인공들이란다.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아닌, 나이를 잊고 사는 용감한 어른들의 성공담이 모티브란다.
우리나라의 118개나 되는 학습도시들에는 노인교육기관들이 많다. 예전에는 5060세대가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멋쟁이 신 청년 7080들이 북적인다는 반가운 전언이다. 나이를 잊고 사시는 그 분들에게서 ‘젊음의 묘약=평생학습’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게 된다. 열정으로 늘 무엇인가를 배우는 자에겐 늙음도 빗겨가는 것이 사실인 게다. 그래서인가. 무릇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가르침이 떠오른다.
노인대학이 청춘대학으로 바뀌어간다. 어느 곳에서인가, 노인대학이란 이름 대신 공모를 통해, ‘봄봄대학’으로 개칭을 했는데, 이후 부쩍 학생들이 많아지고, 한결 젊어지고, 신나하셔서, 아예 기관 전체가 ‘봄’을 맞았다는 신바람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어찌 이름만 바뀐 것이랴. 이름 따라 아마 사람도, 기분도, 마음도, 친구도, 문화도, 공부도 확 바뀌게 되었음을 왜 모르랴.
이미 세계적인 최고의 장수국가인 이웃 일본에서는 7080 세대들의 골든 에이지 ‘신 청년론’이 부각된 지 오래이다. 도도부현 생애학습센터들의 단연 최고의 인기 수강생은 7080이란다. 새롭게 무언가를 창조하고 일구어 가는 앞선 세대라는 의미에서 노인들을 ‘창년세대(創年世代)’라 칭하고 그들이 다니는 학교이름도 노인대학 대신 ‘신창년대학’으로 부른다. 국부의 원천 성장 동력으로 그 분들을 우러른다고 한다.
우리의 7080세대들은 누구이던가? 역사의 뒤안길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진정한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들’이 아니던가? 그 분들이 동네 마을 사랑방 청춘대학에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시는 모습이 상상된다. ‘젊음의 묘약 학습’ 덕분에 좀 더 오래, 좀 더 넉넉히, 좀 더 행복하게 함께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감히 고하고 싶다. ‘힘내세요 어르신, 100세 시대 우리에겐 중년기 이후 황금 같은 40년이 더 남아 있지 않습니까? 한번 뿐인 우리네 인생, 일모작만으로 끝내기는 너무 아깝지요. 인생대계를 위한 이모작, 삼모작, 사모작을 준비하시자구요. 어르신들이 계셔서 대한민국은 희망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또 내일도요…’라고 말이다.
오늘도 청바지 차림에 등가방 메고 신나게 골목 청춘대학으로 달려가시는 7080 청년들이 계셔서 반갑고 고맙다. 덕분에 우리도 행복학습국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덕분에 우리 대한민국의 내일은 희뿌연 회색이 아닌 ‘푸르른 초록빛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