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1728년 지은 김천택의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있는 작자미상의 시조다. 한 번 내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으니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뜻이다.
누구보다 말의 위력을 잘 알았던 중국 오나라 명재상 풍도(馮道)는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고)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安身處處宇(안신처처우: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며 말조심 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 속담에 ‘세 치 혓바닥이 몸을 베는 칼’이라는 말이 있다. 혀를 잘못 놀려 큰일을 그르치고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함을 빗댄 말이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 언비천리(言飛千里: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이속우원(耳屬于垣: 담에도 귀가 달려 있으니 말을 삼가라), 호령여한(號令如汗: 땀이 몸속으로 들어갈 수 없듯 한 번 내린 명령은 취소할 수 없다), 악사천리(惡事千里: 나쁜 소문은 세상에 빨리 퍼진다) 등도 있다. 사람이 살면서 말을 하지 않고서야 살 수 없겠지만, 공연히 안 해도 될 쓸데없는 말로 남의 원한을 사거나 원망을 부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들이다.
이런 말을 출세와 생존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삼촌불란지설(三寸不爛之舌: 세 치의 짧은 혀로 뛰어난 언변을 구사한다)과 오설상재(吾舌尙在: 비록 몸이 망가졌어도 혀만 살아 있으면 뜻을 펼 수 있다)라는 말도 있다. 세 치 혀 하나를 밑천 삼아 제후들을 찾아다니며 능변으로 호감을 사서 출세하려는 이른바 세객(說客)들이 흔해 빠졌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나온 말들이다. 물론 그들 중에는 세상을 경영할 만한 지혜의 소유자도 있었다. 하지만 대개는 톡톡 튀는 말재간뿐인 자들이어서 생긴 말이다.
요즘 경기도지사와 인천시장 당선자 주변에 이런 세객들이 넘쳐난다고 한다. 자칫 삼촌설(三寸舌)에 속아 만사(萬事)인 인사(人事)를 그르칠까 걱정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