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을 발견한 사람은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1868~1943)다. 오스트리아 사람인 그는 20세기 혈액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으로 1930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그는 1900년에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혈액을 혼합하던 중 혈구가 서로 엉켜서 작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처음 발견, 1년여 연구 끝에 혈액이 응집되는 성질을 이용하여 사람의 혈액형을 셋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것이 오늘날 A B O 및 Rh 혈액형에 대한 기초지식을 완성한 유래가 된다.
수년 전만 해도 혈액형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진리가 아니다. 혈액형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연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피 속에 들어 있으면서 혈액형을 결정하는 항원을 제거할 경우 아무 피나 수혈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혈액형이 바뀐다는 뜻이다.
수혈에 처음 성공한 건 1829년이다. 그로부터 10여년 전인 1818년 제임스 블런델(James Blundel·1791~1878)이라는 영국의사는 여러 기증자로부터 채혈한 피를 위암 환자에게 최초로 수혈했다. 하지만 56시간 후 사망하고 말았다. 그는 그 실험을 토대로 1829년 분만 후 출혈로 사경을 헤매던 산모에게 남편의 피를 수혈함으로써 산모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 후 70년동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던 수혈 성공률은 1901년 혈액형 발견과 1914년 항응고제 개발 덕분에 크게 높아졌다.
수혈은 헌혈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헌혈인구는 2009년 250만명, 2013년 291만4천여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헌혈률도 2013년 5.80%로 독일(6.7%) 호주(6.1%)보다는 낮지만 미국(5.1%) 일본(4.2%)보다는 높다. 그래도 안전한 수준이라는 300만명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헌혈자의 70~80%가 10~20대에 편중된 것도 문제다. 헌혈로 봉사활동을 인정받으려는 학생들이나 군인들의 단체헌혈이 많아 계절에 따라 ‘피 가뭄’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내일(14일)은 란트슈타이너 탄생을 기념해 제정된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 아무 보상도 없이 피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이날 만이라도 감사해 하자.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