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의 하나로 문인, 화가들의 소재로 많이 쓰여 온 매화나무의 열매가 매실이다. 신사임당은 이 같은 매실나무를 무척 좋아해 그림을 즐겨 그렸다. 뿐만 아니라 첫째 딸의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사랑도 했다. 또 율곡에게는 ‘움트는 새순이 결국 매화꽃이 되고 열매 맺듯이 열심히 공부하라’며 10세 이전까지 움트는 매화 가지가 새겨져 있는 ‘용연벼루’를 사용토록 했다. 신사임당의 각별한 매화 사랑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강릉 오죽헌 몽룡실 뒤꼍에 가면 신사임당이 율곡과 함께 직접 가꾸었다는 600년 된 매실나무가 지금도 있다.
매실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그리고 약 3000년 전부터 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신맛을 띠지만 알칼리성이 강해 원기회복과 체질개선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매실은 수확시기에 따라 청매와 황매로 나뉜다. 청매는 껍질이 파랗고 과육이 단단한 상태로 신맛이 가장 강할 때 부르는 이름인데 매실주, 장아찌, 엑기스, 매실차 등의 가공품을 만들 때 이용된다.
매실은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하여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는 고사도 나왔다. 중국 위나라의 조조와 부하들이 행군 도중 갈증에 시달렸다. 워낙 목이 말라 전투도 하기 전에 쓰러질 판이었다. 이때 조조가 건너편 산을 가리키며 “조금만 더 가면 매실 숲이 있다”며 병사를 독려했다. 그 말에 모두들 입안에 침이 고여 원기를 되찾았다는 내용이다.
매실은 배가 아플 때 할머니들의 처방약이라고도 불린다. 일본에선 매실장아찌인 우메보시(umeboshi·梅干)를 1000년 전통의 건강식품이라 부른다. 또 3년이 넘으면 ‘약’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4년 숙성한 우메보시를 분석했더니 염분이 거의 없어 신장병이나 고혈압 환자들도 즐겨 먹는다.
매실은 간 해독 기능도 탁월해 예부터 음식물과 피 독을 없애는 보약으로도 불렸다. 최근에는 항암 효과까지 입증됐다. 다만 날것으로 먹으면 독성이 청산(靑酸)으로 분해돼 중독을 일으키는 약점이 흠이다.
지금이 제철인 매실이 풍년이다. 수확량도 20% 늘고 가격도 착하다. 때문에 입맛과 건강을 챙기느라 집집마다 매실 구입에 분주하다. 실한 놈이 즙의 양이 훨씬 많다고 하니 참고해도 괜찮을 듯.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