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을 관광하는 한국인의 방문 1순위 장소는 ‘김병화농장’이다. 타슈켄트주 중치르칙구역에 위치한 이곳은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 최초 정착지역 중 하나다. 당시 갈대밭이던 이곳을 김병화는 1940년부터 1974년까지 35년간 총 2천600ha의 경작지를 일궈냈다. 그리고 대표적인 고려인 집단농장을 조성, 한때 1만여명의 인구가 거주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공로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중 유일하게 2차례나 ‘노동영웅훈장’을 받았다.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스탈린은 1937년에서 1939년 사이 소련 내에 거주하는 17만여 고려인을 지금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김병화는 이들 중 한명으로, 1세대 카레이스키인 셈이다. 초기 고려인들의 고생은 삶과 죽음을 넘나들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차별이었다. 한국어를 소련의 소수민족 언어에서 제외시키고 배우지 못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주와 여행도 제한했다. 또 적성민족으로 낙인 찍혀 군대에 복무할 수도 없었다.
고려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성실과 근면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거듭났다. 농사뿐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에 이주한 고려인들은 한글 신문도 발행했다. 또 ‘조선극장’을 운영하며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집단농장이나 농촌을 순회하면서 1년에 250회 이상의 공연을 가지는 등 민족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당시 유일 한글신문인 ‘고려일보’는 지금도 발행되고 있다. 조선극장도 ‘카자흐공화국 국립 한인음악·희곡극장’으로 바뀌어 수도 알마아타에서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선 모든 공연이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지역의 동포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어를 알려 주고 민족적 긍지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현재 중앙아시아엔 30여만명의 고려인 동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16일) 이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18만여명)과 카자흐스탄(10만여명), 트루크메니스탄 등 3개국 방문길에 올랐다. 민족의 긍지를 잃어가고 있는 동포 3∼4세들이 역사적 뿌리와 전통, 문화를 보존할 수 있도록 ‘큼직한 선물’을 한 아름 안겨주고 왔으면 좋겠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