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 돈에 돈돈 악마의 금전/갑순이 하고 갑돌이 하고 서로 사랑하다가/둘이 둘이 사랑하다 못살겠거든/맑고 푸른 한강물에 풍덩 빠져서/ 나는 죽어서 화초가 되고/너는 죽어 훨훨 나는 벌나비 되어/내년 삼월 춘삼월에 꽃 피고 새가 울 제/당신 품에 안기거든 난 줄 아소서.’(구전가요 ‘돈타령’)
대한민국에 태어나 돈 때문에 생기는 일상 가운데 가장 서러워서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반전의 돈타령도 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흥부가’ 후반에 등장한다. 당연히 박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장면이다. 장단은 ‘중중모리’다.
‘얼씨고나 좋을씨고/얼씨고 절씨고 지화자 좋구나/…/돈 봐라 돈 봐라/얼씨고나 돈 봐라/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못난 사람도 잘난 돈/생살지권을 가진 돈/부귀 공명이 붙은 돈/이놈의 돈아/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얼씨고나 돈 봐라/야, 이 자식들아 춤 춰라/…/얼시고나 좋을시고/둘째놈아 말 듣거라/건넌말 건너가서 너그 백부님을 오시래라/…/여보시오 부자들/부자라고 좌세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엊그저께까지 흥보가 문전 걸식을 일삼더니/오늘날 부자가 되니/…/얼씨고 얼씨고 좋을시고/얼씨고나 좋구나.’
흥부 좋아 죽는다. 얼마나 좋았으면 형인 놀부를 불러 오라고 했을까. 선의도 있었겠지만 그동안 맺힌 한을 풀 심사도 당연이겠다.
이처럼 돈은 양면성을 지닌다. 슬픈 돈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음 생을 기약하게 만들고, 횡재(橫財)는 인생역전을 꿈꾸게 하기도 한다.
과연 인간은 돈이 얼마 정도 있으면 행복을 느낄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금액은 연 소득 7만5천 달러’라고 정의한다. 그 이상 지니면 오히려 행복이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명예를 먹고 산다는 공직자 여러분들(?)이 공무원 연금 대수술 예고편 때문에 집단 명예퇴직을 했고, 고려중이라고 한다. 경기도청 이야기다. 아무리 사람이 아닌 돈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라 해도, 뒤끝이 씁쓸하다. 하긴 어디 공직자들만의 문제일까. 돈 때문에 사람구실 못하는 찌질이들이 뒤섞여 사는 동네가.
/최정용 경제부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