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해지긴 했지만 예전에 석·박사 학위는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예로운 것이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주민들이 마을입구에 축하 현수막을 걸어줄 정도였다. ‘학위 장사’ ‘논문 대필’ ‘논문 표절’ 이런 말이 시중에 나돌고 언론에 보도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치과 의사들에게 돈을 받고 ‘학위 장사’를 해온 수도권 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들이 적발됐다. 모 유명 대학의 홍모 교수는 논문을 대신 써주고 학위 심사까지 통과시켜 주기로 하고 12명으로부터 3억2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 의사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바쁘기 때문에 대학원에 출석하거나 논문을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편이다. 특히 개원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병원에 박사학위증서를 걸어놓고 싶어 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석사 학위 500만∼1천500만원, 박사학위의 경우 2천만∼3천500만원씩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 심사를 통과시켰다(본보 18일자 23면). 학자의 양심을 돈 몇 푼과 맞바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홍씨가 대필해 심사를 통과시킨 일부 논문들은 ‘복제’ 논문이었다고 한다. 즉, 제목만 조금씩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학의 허술한 논문 심사 과정에 개탄을 금하기 어렵다.
이번에 논문 대필 의뢰를 한 의사 대학원생들은 논문 주제나 실험 대상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왜 그렇게까지 해서 학위를 따려고 했는지 딱하기까지 하다. 전기한 바 있지만 이런 일은 예전에도 발생했다. 2005년 전북과 부산의 의대·치대·한의대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똑같다. 당시 전북의 3개 대학 교수 26명이 개원의들의 수업불참을 눈감아주고 논문을 대필해 사법처리 됐다. 그해 부산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빈발할까? 석·박사 학위 논문심사를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권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것이다.
‘박사’라는 간판을 돈으로 사려는 몰지각한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선 논문심사 과정이 엄정해져야 한다. 아울러 논문 표절 방지를 위한 논문 종합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제자의 연구비를 가로챘다는 의혹과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다. 논문 DB가 구축된다면 이런 일이 방지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교육부가 적극 관여해 해당 대학과 당사자에 대한 행·재정적 제재를 강화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