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창극 사태」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지금은 사태의 본질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자질 문제에서 문창극 이후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선 문창극 후보자 자신이 매우 억울해 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든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것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 문제는 문창극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청와대와 여당이 받는 타격은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즉, 사태가 길어질수록 문창극 후보자의 자질 문제보다도 인선 과정의 문제점이 부각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청와대와 여당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청와대는 이 문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론이 정국의 핵심에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는 문제를 조속히 수습하길 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점은, 문창극 후보자의 버티기 모드 덕분에, 문 후보자는 자신이 총리감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문창극 후보자는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청문회에 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보려 생각하는데, 이는 청문회와 같은 제도적 과정을 개인의 억울함 해소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총리는 어떤 경우에도 “선국후사(先國後事)”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즉, 총리 정도가 되려는 사람이면, 설령 억울함이 있다 하더라도 그 억울함을 묻어두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청문회에 가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려 한다면 이는 국가보다는 자신을 우선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물러날 때는 억울하더라도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보기도 좋고, 결과적으론 자신과 국가를 위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문 후보자의 자세는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와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안대희 후보자는 청와대가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자신의 입장을 빨리 정리한 반면, 문창극 후보자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청와대가 그 정도의 시그널을 보냈다면, 알아서 처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문창극 후보자는 친일 논란과는 별도로, 총리의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문 후보자가 어떤 경로로 추천을 받아 총리 후보자까지 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른 장관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총리는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는 대한민국 정부를 눈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상징적 존재다. 그래서 총리감을 고를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냥 대충 서류만 들여다보고 이 정도면 괜찮다는 식의 판단으로 총리를 고른다면 이런 종류의 잘못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식의 인선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인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인사 검증을 하고 그 검증 결과를 놓고 적격여부를 판단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과 검증 결과를 판다는 하는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청와대 입장에선 검증단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인사비밀이 새어나갈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사가 국가적 기밀도 아니고, 또 인사 결과 때문에 나타나는 청와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을 생각할 때는 검증단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이런 인사 재앙은 ‘집단 이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하는 청와대의 사고 구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집단 이성’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진작 검증단의 규모를 확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청와대는 그동안의 과정을 소상히 밝혀, 거기에 대한 비판을 들어가며 인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인사 재앙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누구든 실수를 범할 수는 있다. 문제는 실수는 반복되지 말아야 하며, 그 실수가 반복됐을 때는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 점을 청와대는 늦었지만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