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위의 놀이문화가 확산되면서 야영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오토캠핑장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기관에서 운영하는 캠핑장도 있지만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안전사고의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특히 정해진 장소를 이용하지 않고 계곡이나 강가에서 야영하다보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계곡으로 몰리기 때문에 순식간에 물이 불어 고립되기도 한다. 십여 년 전 지리산 뱀사골 집중호우 때도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우리 일행은 발 빠르게 대처해서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 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우리는 4박 5일 일정으로 뱀사골 계곡에 텐트를 쳤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남편이 계곡 건너 점포에 가서 비가 오면 우리가 텐트 친 곳이 안전할지에 관해 물었고, 상인은 본인이 이곳에서 장사한 지가 십수 년이 되었지만 텐트 친 곳까지 물이 올라온 적은 없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혹여라도 비가 많이 내리면 헬기가 바로 구조를 해 줄 거라는 말에 별걱정 없이 즐겁게 놀았다.
다른 야영객들보다 높은 곳에 텐트를 친 것이 위안이 되기도 했다. 밤이 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고 차츰 양동이로 들이 붓는 것처럼 빗발이 거셌다. 하늘은 곧 무너질 듯 천둥번개가 몰아쳤다. 멀쩡하던 텐트에서 물이 샜다. 남자들은 빗속에서 텐트 주변의 물길을 따돌리며 계곡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주시했고, 여자들은 자는 아이를 깨워 옷을 입히고 여차하면 산으로 피신할 준비를 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고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연 물이 텐트 바로 아래까지 차올랐다. 대피를 외치며 우리 일행 열두 명과 대전에서 왔다는 대학생 여섯 명이 산으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미처 신발을 못 챙긴 일곱 살 딸아이가 발이 아프고 힘들어서 못 간다는 말에 안 가면 죽는다고 악다구니를 쓰며 산으로 밀어 올렸다.
더 이상 절벽에 막혀 올라갈 수 없을 때까지 올랐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밤새 퍼부었다. 머리 위에는 절벽이 있었고 그 절벽에 벼락이라도 치거나 바위가 굴러 떨어지면 그것으로 우리는 끝이라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누구 하나 입 밖에 위험을 꺼내지 않고 숨죽였다. 하룻밤이 그렇게 긴 줄을 처음 알았다.
새벽이 되면서 비는 잦아들었고 계곡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내려와 보니 우리가 텐트를 쳤던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불이며 옷가지들이 나무에 걸쳐있거나 찢겨 있었다.
우리보다 아래쪽에 텐트를 친 많은 사람 중 대부분이 물길에 휩싸였다는 비보를 들었고 우리일행은 119의 도움을 받아 계곡을 탈출할 수 있었다.
가끔 계곡에 고립되어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나오는 사람을 방송에서 보면 얼마나 미련하기에 저런 상황을 만들까 했는데 정말이지 순간이었다. 조금만 지체했으면 영락없이 우리도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집중호우가 많아졌다. 강이나 계곡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설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하겠지만 순간의 판단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야영을 하기 전 일기예보를 먼저 확인하고 혹시라도 생길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휴가철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