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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막국수 이야기

‘막’이란 글자가 들어간 것 중에서 좋은 이미지는 별로 없다. 막사발이니 막장, 막말 등등 거친 내용을 함축하는 뜻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수와 만나면 내용은 달라진다. 미각을 자극하고 침이 고이게 해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철엔 더욱 그렇다.

‘막 부서져서 막 먹는 국수’ 혹은 ‘방금 만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 ‘막국수’는 화전민들이 주로 먹던 음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6·25를 거치면서 이를 파는 식당이 등장하고, 1970년대 초 완전 정리된 화전민들이 세상에 들고 나오면서 대중화 반열에 올랐다.

강원도의 막국수는 다양하다. 크게 나누면 강릉·원주 등 영동지역의 겉껍질과 속메밀을 섞어 뽑은 ‘겉메밀 면발’과 춘천·동해 등 영서지역의 ‘속메밀 면발’로 구분된다. 막국수란 이름이 생긴 이유도 이같이 면말을 만들면서 겉껍질과 속메밀을 섞은 ‘마구’란 뜻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무튼, 제철인 막국수 하면 강원도다. 그중에서도 춘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막국수의 메카다. 역사도 오래다. 1930년대 이미 춘천 요선동 소양고갯길 마루턱에 ‘방씨막국수’ 같은 집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막국수 전문점만 100개가 넘는다. 막국수를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박물관도 있다. 춘천의 막국수는 대개 비빔 막국수를 기본으로 하고 육수가 담긴 주전자를 따로 내놓는다. 국수는 겉메밀을 사용하지 않고 속메밀 가루에 밀가루를 사용, 투박함과 쫄깃함을 동시에 낸다. 육수는 사골 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섞어 사용하는 집이 많다.

영서에 춘천이 있다면 평창지역엔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 봉평과 장평이 있다. 면발은 겉메밀이 섞인 꺼뭇한 색으로 메밀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게 특징이다. 채소와 과일을 넣어 산도와 단맛이 동시에 나는 강한 국물을 쓴다. 이밖에 인제·원통 지역에선 순메밀로 뽑은 하얀 면발에 동치미 국물을 기본으로 한다. 양념장을 사용하지 않고 평양냉면을 연상시키는 맛과 겉모습 때문에 실향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고성 막국수는 메밀 겉껍질 함량이 높아 툭툭 끊어진다. 고성 사람들은 이 막국수를 ‘토면(土麵)’이라고 부른다. 별미로 시원하게 내가 먹은 막국수, 어느 지역 음식인지 한번쯤 가늠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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